‘중국산=저성능’ 공식 옛말… 저비용·고성능 中 기술에 국내 산업계 긴장

입력 : 2025-02-02 11:49:53 수정 : 2025-02-04 11:4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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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등장, 한국 업계 뒤흔들어
반도체·배터리 저가 공세 직격탄
비야디 진출 자동차 시장도 위기
조선업, 고부가가치로 우위 기대

중국산 전방위 공세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중국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 모습. 연합뉴스 중국산 전방위 공세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16일 인천 중구 상상플랫폼에서 열린 ‘중국 BYD 승용 브랜드 런칭 미디어 쇼케이스’ 모습. 연합뉴스

중국의 저비용 고성능 인공지능(AI) ‘딥시크’ 등장으로 기술력을 갖춘 중국산 제품 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중국산=저성능’라는 공식이 옛말이 되면서 국내 산업계 전반에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양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체와 배터리는 중국 업체들의 공세에 직격탄을 맞은 대표적인 분야다.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와 푸젠진화 등의 저가 물량 공세에 따른 공급 과잉이 맞물려 삼성전자의 주력인 범용(레거시) 메모리 가격이 가파르게 하락했다.

공급망을 수직 계열화해 가격 경쟁력을 갖춘 중국업체들의 진출에 LG에너지솔루션, SK온, 삼성SDI 등 K-배터리업체도 고전 중이다. 배터리 3사는 CATL 등에 밀려 지난해 1∼11월 점유율이 19.8%를 기록하며 10%대로 하락하기도 했다.

중국산 공세의 안전지대로 여겨졌던 국내 자동차 시장도 흔들리기는 마찬가지. 세계 전기차 시장점유율 1위인 비야디(BYD)가 국내 승용차 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면서다. 특히 비야디는 지난달 16일 아토3를 3000만 원 초반대에 내놓으면서 국내 업계가 비야디 성공 여부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전략이 성공을 거둘 경우 지커, 사오펑 등 다른 중국 전기차 브랜드의 공습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샤오미는 최근 한국 법인을 설립하고 자동차 수입 및 도소매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지난해 샤오미는 첫 전기차 모델인 ‘SU7’을 중국에 출시하며 전기차 산업에 진출한 바 있다. 지커 역시 지난해 9월 한국 지사장을 선임하면서 올해 국내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사오펑도 한국시장 진출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자동차 시장의 90% 이상을 현대차 그룹이 차지하는 상황에서 중국산 공세까지 더해지면 르노코리아 등 중견 자동차 업체들은 생존 자체에 매달려야 할 수도 있다. 한 업체 관계자는 “비야디의 진출 성공에 관심을 두고 있지만 사실상 기업 차원에서 대응 전략을 내놓기는 어려운 실정”이라며 “정부 차원의 정책이 뒷받침될 수 있다면 업계 상황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다만, 조선업은 호재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수주량에서는 중국에 크게 뒤지지만,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에서 압도적인 기술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역 대표 기업 HJ중공업은 지난해 조선 부문만 1조 7500억 원어치를 수주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특히 탈탄소 기술에 중점을 둔 친환경 선박 개발에 매진해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1조 2000억 원 규모의 친환경 컨테이너선 8척을 수주하기도 했다.

업계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당선 후 중국 견제를 위해 조선업 협력을 언급하면서 선박 및 군함 유지·보수·정비(MRO) 관련 미국 진출 길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산 공세로부터 새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조선업에 기회를 제공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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