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대권주자인 ‘신 3김’(김부겸 전 총리, 김동연 경기지사, 김경수 전 경남지사)이 이재명 대표에 대한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은 이 대표의 선거법 위헌심판 제청, 민생지원금 포기, 개헌 반대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대표가 ‘우클릭’을 통해 대권 행보를 시작하자 경쟁자들의 견제도 본격화되는 모습이다.
김부겸 전 총리는 5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이 대표의 공직선거법 위헌법률심판 제청에 대해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김 전 총리는 “이 대표가 과거 어려울 때도 법원을 믿었을 때 좋은 결과가 나왔다”면서 “오히려 그렇게 (법원을 믿고) 가는 것이 정도”라고 말했다. 김 전 총리는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하는 것보다 그냥 당당하게 재판을 받으라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렇다”면서 “법원의 판단을 믿고 가는 것이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 측은 지난 4일 선거법 위반 사건을 심리하는 서울고법 형사6-2부에 당선 목적의 허위 사실 공표죄 처벌을 규정한 공직선거법 250조 1항과 관련해 위헌을 주장하며 위헌심판 제청 신청서를 냈다. 법원이 만약 위헌심판 제청을 결정한다면, 헌재에 결정서를 보내고 헌재는 이를 접수해 심판 절차를 진행하게 된다. 헌재 결정이 나오기 전까지 해당 재판은 중지된다. 이 때문에 여당에서는 이 대표가 ‘재판 지연’을 목적으로 위헌심판 제청을 했다고 비판했다. 김 전 총리의 발언은 이 대표의 위험심판 제청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 전 총리는 한덕수 국무총리 탄핵 등 민주당의 ‘연쇄 탄핵’ 전략에 대해서도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제가 한덕수 권한대행에 대한 탄핵은 신중해야 한다고 했다가 (강성 당원들로부터) 혼이 났다”면서 “권한대행까지 탄핵한 것은 민주당이 조금 너무 서둘렀지 않았느냐는 생각을 한다”고 말했다.
김 전 총리와 함께 ‘신 3김’으로 분류되는 김동연 지사는 이 대표의 ‘민생지원금 포기’ 발언을 비판했다. 김 지사는 5일 방송된 MBN 유튜브 ‘나는 정치인이다’ 인터뷰에서 “민생회복지원금을 하자고 추경을 하는 것인데 그걸 빼자고 하면 ‘무슨 추경이냐’는 질문을 받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이 대표가 ‘우클릭’을 계속하면서 ‘실용주의’를 내세운데 대해서도 “실용주의적 접근을 우리가 (추구)해야 될 가치·목표와 바꿀 수는 없다”고 비판했다.
김 지사는 지난 대선 이후 민주당의 전략도 비판했다. 그는 “민주당이 변화에 대한 노력을 했는지, 성찰을 했는지에 대해서 여러 차례 문제 제기를 했다”면서 “지금 같은 지지율은 오만하고 성급하다든지, 또 수권 정당으로서의 역량에 대한 의심 이런 것들이 가장 (영향이) 컸다”고 지적했다.
친문(친문재인)계 대권주자인 김경수 전 지사는 이 대표의 ‘개헌’에 대한 입장을 비판했다. 김 전 지사는 이날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 인터뷰에서 이 대표가 “지금은 (개헌보다) 내란 극복에 집중할 때”라고 밝힌 데 대해 “내란을 극복하는 것의 완성이 개헌”이라고 반박했다. 김 전 지사는 “내란은 반드시 단죄해야 되는 대상이지만 그냥 단죄만 한다고 끝나는 게 아니다”면서 “다시 이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를 만들고 갈등을 극복할 수 있는 국가 개조가 필요한데 그걸 위해서는 개헌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 전 지사는 “단계적 개헌이라든지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를 열어 나가는 게 이 대표에게도 훨씬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전 지사는 이 대표가 탈당 인사를 포함한 비명계를 포용, 통합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는 “선거(총선) 과정에서 여러 이유로 상처받는 분들이 생겼는데 그분들을 끌어안지 않고 어떻게 대선에서 이기겠느냐”면서 “더 큰 민주당을 만들지 않고 역대 대선에서 이긴 사례가 없다”고 주장했다.
포용과 통합에 대해선 김부겸 전 총리와 김동연 지사도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총리는 “김경수 전 지사나 임종석 전 실장이 한 그런(이재명 일극 체제에 대한) 비판 같은 정도는 충분히 받아내”야 한다면서 “(친명계가) 조금이라도 듣기 거북한 소리 한다고 그렇게 공격을 해대면 어떻게 하느냐”고 지적했다. 김 전 총리는 “한국 정치사에서 항상 더 많은 세력과 손을 잡은 측이 이겼다”면서 “탄핵의 강을 같이 걷는 세력을 다 포괄하는 광범위한 연합을 이룰 때 정말로 대한민국을 다시 탄생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동연 지사도 이재명 일극 체제를 비판했다. 김 지사는 “(총선) 공천 과정에서의 일들, 그 후의 당 운영에 있어서의 민주적인 요소가 덜 했던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성찰할 부분이 분명히 있다”고 지적했다. 김 지사는 친명계가 비명계의 일극 체제 비판에 대해 ‘탄핵 국면에서 뭐 하다가 내부 총질을 하느냐’고 반박한 데 대해서도 “김경수 (전) 지사나 이런 분들에게 ‘너 뭐 했냐’고 이야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통합을 저해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