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넘게 지역을 중심으로 공장 자동화설비를 공급해 온 A사는 자동차 산업 변화에 발맞춰 수년간 연구 끝에 신제품을 개발했다. 하지만 사업 진척도 등 주기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보고서가 많은 데다 산업단지 내 업종 규제가 많아 사업구조 재편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형편이다. 해당 기업은 “사업 재편으로 주력제품이 바뀌면서 산업분류코드가 달라지는데 이에 따른 제약이 많다”며 “사업구조 재편을 하고 싶어도 규제는 그대로여서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상당수 일 것”이라고 귀띔했다.
급격한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로 지역 기업 상당수가 사업구조 개편의 필요성에 공감하지만 실제 이를 추진하고 있는 지역기업은 소수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세제 지원, 규제 완화 등 기업들이 사업구조 개편 활성화를 위한 대책 마련이 지급하다.
부산상공회의소는 12일 지역 매출액 상위 300개 기업을 대상으로 한 ‘부산기업의 사업구조 개편 추진실태 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기업의 10곳 중 7곳(71%)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구조 개편이 필요하다고 인식했다. 응답 기업의 절반 가까이(45%)가 현재 기업 경쟁력이 약화됐다고 판단하고 있으며, 향후 약화를 전망한 기업도 21%에 이르면서 응답 기업 상당수가 사업구조 개편을 하지 않으면 기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고 있는 기업은 12.6%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진출을 희망하는 신사업을 위한 자금이나 정보, 기술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실제 응답 기업의 27.8%는 사업구조개편 추진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로 ‘자금조달 곤란’(27.8%)을 꼽았다. 신규 거래처·판로 미확보(25.7%), 인력수급 곤란(14.3%), 신사업 관련 정보․기술 부족(14.3%), 산단 내 업종제한 규제로 인한 업종전환 곤란(8.2%) 등도 주된 걸림돌로 거론됐다.
이런 상황에서도 상당수 기업들은 사업구조 개편을 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구조 개편을 계획하거나 향후 추진을 검토한 기업이 49%에 이르는 만큼 다양한 정책이 뒷받침된다면 사업구조 개편 활성화를 기대해볼 수 있는 대목이다. 기업들이 사업구조 개편을 추진하거나 검토하는 주된 이유는 ‘기술개발에 따른 신사업 추진’(29.8%)이며, 영위업종의 경쟁력 약화(28.1%), 새로운 수익원 창출(23.2%), 기존 제품·서비스의 시장 쇠퇴기 진입(11.4%)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은 정책자금 지원(26.1%)을 사업구조 개편 활성화를 위한 최우선 방안으로 꼽았으며, 신사업분야 정보제공(18.1%)와 R&D 지원(17.0%) 등도 주된 방안으로 언급했다. 부산상의 조사연구팀은 “지역 제조업들이 부가가치를 높이고,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정책 등에 대응하기 위한 산업재편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과감한 정책자금 수혈과 R&D 역량 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여진 기자 onlype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