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몇 년 사이 이상기후로 인해 수목 병해충이 늘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자 천연기념물인 함양 상림공원도 몸살을 앓고 있다.
12일 경남 함양군에 따르면 군은 지난 5일 대전정부청사 천연기념물센터를 방문해 상림숲 관리 지원을 요청했다. 최근 5년 사이 숲에 병해충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예방 대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함양군은 천연기념물센터에 전문 인력 지원과 병해충 방제 비용 지원 필요성을 강조했고, 천연기념물센터도 이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함양군 관계자는 “상림은 워낙 숲이 넓고 나무가 많다 보니 관리에 어려움이 따른다. 특히 최근에는 돌발 해충 발생이 잦아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설명하고 도움을 받기 위해 천연기념물센터를 다녀왔다”고 말했다.
상림공원은 신라 진성여왕 때 고운 최치원 선생이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조성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인공림이다. 특히, 당시 숲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크다. 공원 내 숲 면적만 21만㎡, 축구장 20여 개 크기에 달하며, 갈참나무나 졸참나무, 개서어나무 등 120여 종, 2만여 그루가 계절마다 다른 매력을 보여준다. 국가유산청은 인공 숲으로의 역사·학술적 가치를 인정해 1962년 12월, 상림을 천연기념물로 지정했다.
하지만 군은 부쩍 늘어난 해충 때문에 몇 년 전부터 상림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0년 전만 해도 해충 발생 빈도가 그리 높지 않았는데, 지금은 거의 매년 발생하고 규모도 커졌다.
2021년에는 5월과 6월 두 차례 미국선녀벌레 피해를 봤으며, 진드기도 확산했다. 2022년에는 비교적 잠잠했지만 2023년과 2024년에는 또다시 미국선녀벌레와 진드기가 확산했고, 여기에 갈색날개매미충, 미국흰불나방 등 다른 돌발 해충도 잇따라 발생했다. 특히 지난해에는 공원 내 이팝나무 전반에 미국선녀벌레가 퍼지면서 잎사귀를 모두 갉아 먹는 피해를 줬고 집중 방제 작업이 펼쳐지기도 했다.
현재 상림에는 고목의 비중이 높은 편이다. 나무 수령 특성상 1000년까지 된 나무는 없지만 대부분 100~200년 정도 됐으며, 500년 넘은 나무도 곳곳에 자리 잡고 있다. 고목의 경우 어린나무에 비해 돌발 해충이나 바이러스 등에 더 취약하고 고사 가능성도 높다. 군은 나무에 영양제 등을 투입하고 공원 내 낙엽 제거를 통해 습도 조절에 나서는 등 건강한 숲을 가꾸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근본적 문제인 병해충이 해결되지 않으면서 숲 관리에 애를 먹고 있다.
함양읍에 사는 정 모씨는 “최근 상림에서 해충 방제를 하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상림공원에 돌발 해충으로 인한 피해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기후 탓인지 갑자기 미국선녀벌레 등이 잇따라 나타나고 피해를 주고 있다. 여름인데 나무에 잎사귀가 없는 모습도 본 적 있다”며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특히 현재 함양군에는 이러한 병해충을 예측할 수 있는 시스템도, 전문 인력도 갖춰져 있지 않다. 결국 병해충이 확산하면 예산을 들여 방제에만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군은 천연기념물센터에 상림 내 병해충 발생 여부를 예측할 수 있는 상시 모니터링 시스템과 전문 인력 지원 등을 요청한 상태다.
함양군 상림 담당자는 “가장 중요한 건 병해충이 본격적으로 확산하기 전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선 이를 파악하기가 쉽지 않다. 천연기념물센터의 지원이 이뤄진다면 상림이 한층 더 건강한 숲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