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확증 편향’이 이슈입니다. 인터넷 알고리즘이 문제예요. 내가 관심 있는 것과 좋아하는 것만 계속 보여주거든요. 사회 간극이 점점 커지고 있어요. 나와 다른 생각과 관점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합니다. 다른 사람들이 쓴 글과 다른 사람들이 만든 동영상을 보도록 안내하는 장치가 필요해요. 다양한 생각이 집적된 도서관이 하나의 답이 될 수 있습니다.”
장덕현 부산대학교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의 부작용을 짚으며 도서관의 역할을 이야기했다. 도서관은 AI 기계의 학습용 정보원의 역할도 하겠지만, ‘이용자’에 더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생성형 AI가 쉽게 콘텐츠를 만들어내는 시대입니다. 하지만 그 정보의 가짜 여부뿐 아니라 품질을 검증하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몫입니다. 가짜뉴스를 분별하는 능력인 미디어 리터러시(매체 이해력)와 같은 맥락이죠.”
장 교수는 “정보를 입수하면 ‘버텨 읽기’를 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자세를 견지하면서 납득하고, 머릿속에서 지식이 되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다양한 정보원이 있어야 합니다. 현재까지 우리 사회에서 가장 많은 정보원을 가진 기관은 어쨌거나 도서관이죠. 버텨 읽는 훈련도 도서관에서 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장 교수는 “알아서 찾으라고 하면 편하고 아는 것만 찾게 돼 있다”며 “그게 세상의 전부가 아니라는 걸 알려주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프랑스와 같이 토론 위주 수업을 많이 하는 나라에 가보면 학생들은 숙제하러 도서관에 갑니다.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면 어떤 아저씨가 도서관 테이블을 돌아다녀요. 아이들에게 숙제가 뭔지 묻고는 ‘저쪽에 관련 자료들이 모여 있으니 찾아보고 기본안이 만들어지면 다시 봐줄게’ 해요. 그러고는 옆 테이블로 가죠. 그 아저씨가 바로 사서입니다.”
지난해 기준 부산의 공공도서관 수는 49곳으로, 인구 6만 8000명당 1곳이다. 인구 5만 명당 1곳인 전국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유럽 등 선진국은 2만 5000명당 1곳이다. “부산시도 ‘들락날락’이라든지 공간 조성에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공간 만들기에 이어서 전문 인력이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합니다. 인구가 계속 줄어들고 있잖아요? 아이들 하나하나를 잘 길러야 합니다. 도서관에 가면 도와주는 사람이 있고 유익하다는 걸 어릴 때부터 체화해야 해요. 학교 도서관이나 공공도서관의 역할이 중요합니다.”
공공도서관이 노년층에게 어떤 서비스를 해야 할지도 고민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부산은 고령 인구가 많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공공도서관을 가장 많이 찾는 이들은 노년층일 거예요. 손주들을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죠. 어린이실에 아이들 책뿐만 아니라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볼 책을 함께 비치하는 것도 방법입니다. 신축 도서관에는 패밀리룸이나 보드게임룸 등을 제안하고 있어요.”
장 교수는 “도서관에 가서 아무 서가에나 들어가는 경험을 해보라”고 권했다. “책을 한 권 꺼내서 읽어보면 재미있을 수도 있고 없을 수도 있어요. 그렇게 여러 책을 들춰보며 옮겨 다니다 보면 모르는 게 이렇게 많았네 하고 겸손해져요. 더 알아야 하겠다는 의욕도 생기고요.”
한편 장 교수는 부산대 BK21 생활밀착형 정보서비스 전문인력교육연구단 단장, 부산시 지방시대위원회 교육분과 위원, 부산시글로벌도시재단 이사, 국회부산도서관·국립중앙도서관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지난달에는 한국문헌정보학회 제28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임기는 2년이다. 1970년 창립된 한국문헌정보학회는 국내 문헌정보학 분야에서 가장 오랜 역사와 가장 많은 회원을 보유한 학술단체다. 장 교수는 “문헌정보학 연구의 지평 확장을 위해 신흥 주제 연구, 융합연구, 간학문적 연구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김동주 기자 nicedj@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