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최소 657명의 수용자가 목숨을 잃은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에게 국가가 배상하라는 판결이 또 나왔다. 피해자들은 잇따르는 국가의 항소 제기를 멈춰 달라고 간곡히 요청했다.
부산지법 민사11부(부장판사 이호철)는 12일 형제복지원 사건 피해자 김 모 씨 등 피해자 52명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 3건에 대해 “국가가 원고들에게 위자료를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원고가 청구한 내용 관련해 증거가 인정된다”며 “피고 대한민국 정부와 부산시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힘들다”고 밝혔다. 이날 재판부는 처음으로 미성년자가 수용된 경우에 특별히 정신적 고통이 더 심하다고 판단해 성인보다 인용 금액을 더 올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재판부는 “배상액 산정에 대해 형제복지원 수용 기간, 피해 정도, 유사 사건에서 확정된 위자료 액수와의 형평 등을 고려해 산정했다”고 덧붙였다. 피고의 청구 금액은 152억 4881만 원 중 66억 164만 원이 인용됐다. 법원은 피해자의 수용 기간 1년당 8000만 원을 기초로 산정했다. 원고별로 최대 9억 2000만 원이 인용됐고, 최소 인용 금액은 피해자 형제자매의 배우자로 약 685만 원이다.
이항직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 대표는 이날 선고 직후 “국가가 또 계속해서 항소하고 상고도 이어갈 것으로 보이는데 제발 그만했으면 좋겠다”며 “사과의 시작은 잘못의 인정부터라고 생각하는데, 이렇게 항소·상고하는 것은 사과할 뜻이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시간을 끌다가 우리가 다 죽기를 기다리는 건 아닌가 싶다”며 “피해자들의 고통을 멈춰줬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형제복지원 서울·경기 피해자협의회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적으로 피해자 467명이 총 57건의 국가 배상 소송을 진행 중이다. 그중 피해자 28명이 낸 소송 2건은 현재 대법원까지 올라가 있다. 최근 국가 배상을 기다리던 피해자 7명이 재판 과정에서 지병 등으로 인해 사망했다.
부산에서도 처음으로 지난해 2월 70명이 제기한 소송 7건에 대해 원고 승소 판결이 나면서 유사한 판결이 잇따른다. 지난달 22일 부산지법 민사7단독 김유신 판사는 형제복지원 피해자 A 씨가 대한민국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에게 1억 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김 판사는 “이 사건 훈령은 안보·사회적 측면이라는 명분으로 부랑인을 단속, 수용, 보호 등을 하면서도 모든 부랑인을 기간 제한 없이 수용하도록 해 과잉금지 원칙을 위반했다”고 설명했다.
형제복지원 사건은 1960년 7월 20일 형제육아원 설립 때부터 1992년 8월 20일 정신요양원이 폐쇄되기까지 최소 657명의 수용자가 목숨을 잃고 각종 인권 침해 피해를 당한 사건이다.
글·사진=김성현 기자 kksh@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