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억 원에 달하는 분양가로 화제가 됐던 부산 해운대의 초고가 오피스텔 건립 프로젝트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좌초됐다.
13일 한국자산관리공사 온비드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해운대구 중동 1394-355 일원의 토지 3583㎡와 건물 7138㎡가 공매 물건으로 등록됐다. 일괄 매각 조건이 달린 이 용지는 감정가 1681억 원으로 평가 받았다. 지난 7일과 11일 각각 2185억 원과 1967억 원의 최저 입찰가로 1·2차 공매가 진행됐으나 모두 유찰됐다.
이 땅은 해운대 최고급 주거 공간을 표방했던 ‘오르펜트 해운대’(조감도) 프로젝트 용지다. 부동산 개발업체 ‘파이엇디벨롭먼트’는 지하 7층~지상 29층 규모에 전용면적 350~778㎡의 대형 오피스텔 82개실을 배치하고, 전 가구를 ‘펜트하우스’로 명명하는 마케팅을 선보이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가장 고급형인 ‘슈퍼 펜트하우스’ 4개 실은 최대 590억 원의 분양가로 팔겠다고 해 화제를 모았다. 업체 측은 프랑스의 세계적 건축가 장미셸 빌모트의 설계를 통해 최상급 커뮤니티 시설을 구비한다고도 홍보했다.
지역 분양업계에 따르면 시행사는 2022년께 브릿지론 대출을 받아 사업을 추진했지만 대출 만기가 돌아오는 시점에서 이를 막을 길이 묘연해졌다. 해운대 핵심 입지라고는 하지만 서울 강남권 최고급 오피스텔보다 높은 분양가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투자자 반응이 차가웠던 것으로 전해졌다.
분양업계 한 관계자는 “공매를 통해 새 주인을 찾으면 입지가 워낙 좋아 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보이지만, 시장 침체 탓에 몇 년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고 밝혔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