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만 쌓는 태광산업…이호진 20년 사법리스크 해소는 언제

입력 : 2025-04-02 14:26:32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순익 2000억·현금 2조 넘지만 배당은 15억
곳간 풍족해도 12조 투자 약속은 ‘지지부진’
2023년 복권됐지만 지난해 횡령·배임 송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5.16. 연합뉴스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혐의를 받는 태광그룹 이호진 전 회장이 16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심사)을 받기 위해 법정으로 들어서고 있다. 2024.5.16. 연합뉴스

태광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태광산업이 지난해 2000억 원을 벌고, 2조 원이 넘는 현금을 쌓고도 투자나 주주환원책에 소극적인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20여 년째 사법리스크에 시달려 온 이호진 전 회장의 부재가 보수적인 경영 기조를 만드는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에선 이 전 회장이 건강을 회복하고 사법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한 시점인, 이르면 올 하반기 경영에 복귀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2일 결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지난해 272억 원 영업손실을 봐 4년 연속 적자를 면하지 못했다. 하지만 금융 수익 등을 통해 당기순이익 2184억 원을 거둬 전년 영업손실(147억 원)에서 흑자 전환했다.

이에 따라 배당 등 주주환원책의 근거가 되는 이익잉여금은 지난해 말 기준 4조 1092억 원까지 쌓였다.

하지만 태광산업은 지난해 결산배당으로 1주당 1750원씩 지급하는 데 그쳤다. 배당금 총액은 15억 원 수준이다.

당기순이익 중 배당금 지급 비율을 나타내는 배당성향은 0.0078%에 불과하다.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시가배당률 역시 0.3%에 머물렀다.

2023년 코스피 상장사의 배당성향 평균은 40%, 시가배당률은 3%를 고려하면 눈에 띄게 낮다.

태광산업이 재무적 불안감 때문에 주주환원책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가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1조 4344억 원으로 전년 말(1조 2656억 원)에 비해서 13.3% 늘었다. 구체적으론 현금 및 현금성 자산 3904억 원, 단기금융상품 2984억 원, 당기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 7456억 원 등이다. 여기에 SK브로드밴드 주식 매각 대금 9000억 원도 곧 손에 쥘 예정이다.

지난해 말 기준 태광산업의 부채비율은 17.6%에 불과하다. 통상 적정 수준의 부채비율은 100~200%로 본다. 유동비율 역시 488%로 1년 내 현금으로 바꿀 수 있는 유동자산이 1년 내 갚아야 할 유동부채보다 4.88배 많다.

이처럼 곳간이 풍족함에도 태광산업은 수년간 대규모 투자에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왔다. 태광그룹은 지난 2022년 12월 향후 10년간 12조 원 규모의 투자에 나서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실제로 집행된 건은 지난해 8월 청화소다 공장 생산라인 증설에 1500억 원을 투입한 것이 유일하다.

이처럼 태광그룹이 보수적인 경영을 이어나가는 데는 이 전 회장의 사법리스크가 결정적이다. 이 전 회장은 2011년 회사 자금 횡령·배임 혐의로 법정 구속되면서 태광그룹 회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8년여에 걸친 법정 공방을 벌였고 실형이 확정된 이후엔 병보석으로 나왔다가 무단외출 등 ‘황제 보석’으로 파장이 일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태광산업 2대 주주 트러스톤자산운용이 먼저 나서서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를 촉구하는 상황이다. 트러스트 측은 “태광산업의 경영정상화와 주식 저평가 해소를 위해서는 최대 주주이자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이 전 회장이 등기임원으로 정식 복귀하는 것이 선결과제”라고 주장했다.

태광산업의 투자 재개는 2023년 8월 복권된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에 달려 있다.

다만 이 전 회장의 건강 상태와 완벽히 해소되지 않은 사법리스크가 문제다.

태광그룹은 이 전 회장이 경영활동을 수행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의료진의 권고를 받았다고 설명한다. 검찰이 들여다보고 있는 이 전 회장의 횡령·배임 혐의 역시 해소해야 한다. 이 전 회장은 그룹 임원들을 계열사에 근무하게 하는 방식으로 수십억 원에 이르는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 등으로 지난해 10월 송치된 상태다.

재계 관계자는 이 전 회장의 경영 복귀 시점에 대해 “트러스트도 끌려 나오는 모습은 원치 않을 것”이라며 “탄핵 정국이 끝나고 검찰의 기소 여부가 결정된 이후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상현 기자 songsang@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