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오전(한국시간)으로 예정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상호관세 발표 및 즉각 시행을 앞두고 미국 현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관세로 수조달러 세입을 확보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호언장담과는 달리, 미국 경제학자들은 “어림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연방준비제도 인사들의 발언도 잇따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로 수조달러의 세입을 확보해 국가부채를 줄이는 것은 물론 소득세도 대체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경제학자들은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고 미국 CBS 방송이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관세가 오르면 결국 소비자가격이 올라 구매가 줄어드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이 주장하는 만큼의 세입을 확보하기는 어려울뿐 아니라 아무리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소득세를 대체하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CBS에 따르면 윌 샤프 백악관 문서 담당 비서관은 최근 기자회견에서 수입 자동차와 부품에 대한 25% 관세로 "약 1000억 달러(약 146조 원)의 신규 세입이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비교적 단기간, 즉 지금부터 1년 동안 6000억 달러(약 880조 원)에서 1조 달러(약 1467조 원) 사이가 들어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관세가 연간 세입을 증가시킬 수는 있지만 ‘1조 달러라는 수치는 터무니 없이 높다’고 보고 있다.
미 예일대 예산연구소는 이와 관련, 자동차 관세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처럼 1년이 아닌 10년간 약 6000억 달러(약 880조 원)에서 6500억 달러(약 953조 원)가량의 세입을 확보하는 데는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추정했다.
어니 테데스키 예일대 예산연구소 경제학 부문장은 "연평균으로 보면 600억 달러(약 88조 원)에서 650억 달러(약 95조 원) 수준"이라며 "수조달러에는 근접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예일대 연구소는 또한 관세로 인해 미국에서 자동차 가격이 평균 13.5% 상승하거나 신차 구매에 6400달러(약 938만 원)의 추가 비용이 들 수 있다고 짚었다. 이어 이번 주 발효될 예정인 캐나다와 멕시코, 중국에 대한 관세로는 연간 약 1500억달 러(약 220조 원), 10년간 최대 1조 5000억 달러(약 2200조 원)의 세입이 창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물가 상승으로 미국 평균 가구의 인플레이션 조정 후 가처분 소득은 매년 1600달러(약 234만 원)에서 2000달러(약 293만 원) 감소할 수 있다고 진단했다.
경제학자들은 관세를 아무리 높게 부과하더라도 연간 세입은 1조 달러 미만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수입품에 50%의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이에 따라 창출되는 연간 세입은 최대 7800억달러(약 1143조 원)에 그친다고 분석했다.
킴벌리 클라우싱 피터슨 연구소 선임연구원은 "물건을 50% 더 비싸게 만들면 모든 사람이 같은 양을 구매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관세로 상품가격이 오르면 소비자들이 구매를 줄이게 돼 세입이 관세 증가분과 같은 비율로 증가하지는 않는다는 의미다.
관세로 소득세를 대체할 수 있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경제학자들은 불가능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피터스 연구소는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제품에 50% 관세를 부과하더라도 이로 인한 세입은 소득세 수입의 40% 미만에 불과하다고 짚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소득세 세입은 2조 달러(약 2932조 원) 이상에 달한다. 지난해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전체 연방 세입 4조 9000억 달러(약 7184조 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7%에 불과했다. 미 의회 조사국에 따르면 지난 70년간 관세가 연방 세입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따지더라도 2%를 넘지 않았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 관세 발표를 앞두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발언이 잇따라 나왔다.
토머스 바킨 리치먼드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관세가 인플레이션과 실업률을 모두 끌어올려 연준에 큰 도전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바킨 총재는 1일(현지시간) 뉴욕에서 열린 토론회에서 관세로 인한 가격 충격은 돈을 더 주고 사고 싶지 않은 소비자들과 관세를 소비자에게 전가해야 한다고 믿는 공급자들 사이의 ‘케이지 매치’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바킨 총재는 "그 결과가 어디로 향할지는 매우 흥미로울 것"이라며 "관세의 일부분은 분명히 가격에 전가될 것이기에 인플레이션 요인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킨 총재는 또 관세 영향의 일부는 노동시장에서도 느껴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격을 올릴 수 없는 기업이라면 이익이 줄어든다"며 "효율성 제고 노력을 시작할 것이고 이는 곧 인력감소를 의미한다"고 했다.
바킨 총재는 실제로 어떤 정책들이 집행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오스틴 굴스비 시카고 연은 총재도 관세가 인플레이션이나 경기 둔화를 다시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굴스비 총재는 이날 폭스뉴스와 인터뷰에서 수입이 미국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1%에 그치기 때문에 관세가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관세가 부품이나 소재에 적용돼 광범위한 산업에서 생산비용을 높이거나 사람들이 겁을 먹고 행동을 바꾸기 시작해 소비를 중단하거나 기업이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를 중단하면 큰 혼란이 일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애틀랜타 연준이 최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업 재무책임자들은 관세가 올해 물가를 상승시키는 동시에 고용과 성장을 저해할 것으로 예상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