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 횡단보도에서 도로가 약 5m 아래로 내려앉는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 보행자나 차량이 많은 대낮이었으면 참사로 이어질 뻔한 사고인 만큼 시민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에서 땅 꺼짐 현상이 나타난 건 지난해 이후 9번째이고, 특정 지역에서만 집중적으로 발생해 관련 기관들이 효과적으로 대응한 게 맞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사상구청에 따르면 이날 오전 5시 30분께 사상구 학장동에서 가로 5m, 세로 3m, 깊이 4~5m로 추정되는 대형 싱크홀이 생겼다. 싱크홀이 있는 곳은 부산 사상~하단선 도시철도 공사 현장 인근이다. 사상~하단선 공사는 부산도시철도 2호선 사상역에서 하단역까지 6.9km(7개 정거장)를 연장하는 공사로 2026년 말 개통이 목표다.
싱크홀은 경찰 신고 내용을 공유받은 사상구청 직원들이 현장에서 안전 조치를 하던 중 발생했다. 경찰은 13일 오전 5시께 싱크홀이 생길 것 같다는 시민 신고를 접수했고, 사상구청 당직자가 같은 날 오전 5시 15분께 현장 확인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사상구청 관계자는 “경찰 연락을 받고 당직자 2명이 현장에 나갔고, 안전 조치 도중 땅 꺼짐 현상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횡단보도 한복판에서 싱크홀이 발생하자 대낮이었다면 참사로 이어졌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차량이 지나가던 순간이라면 차량 추락으로 인한 인명 피해, 보행 신호에 싱크홀이 생겼다면 시민들이 땅속에 갇히는 참사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다.
특히 이번 싱크홀은 동서고가로 교각과 불과 몇 m 떨어진 곳에 생겼다. 교각 주변에 싱크홀이 생겼다면 대형 참사로 번질 수 있었다는 우려도 나온다. 땅이 꺼진 곳과 교각이 가까운 만큼 후속 안전 조치도 시급한 상황이다.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은 땅 꺼짐 사고가 9번이나 반복된 ‘싱크홀 우발지대’로 꼽힌다. 지난해 9월 공사 현장 주변에 발생한 대형 싱크홀로 트럭 2대가 8m 아래로 추락하기도 했다.
사고가 반복되면서 관련 기관들이 대책 마련에 나섰으나 사실상 큰 효과가 없는 상태다. 싱크홀 특별 조사에 나선 부산시는 지난 2월 ‘폭우와 차수 공법 부실로 사고가 났다’고 결과를 발표했고, 지난 10일 부산시의회 건설교통위원회가 사상~하단선 싱크홀 사고 현장을 찾는 등 특별 현장점검을 실시했다. 부산교통공사도 땅 꺼짐 우려가 큰 사상~하단선 공사 현장에 지반침하 위험도 평가 용역과 시추조사, 지표투과레이더 탐사를 통해 지반 안정성을 분석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싱크홀이 횡단보도 위에 생기는 걸 막진 못했다.
시민들 불안은 날로 커지고 있다. 횡단보도 한복판이 뻥 뚫린 사진을 본 주영은(26) 씨는 “횡단보도 중간에 이렇게 싱크홀이 생기는 게 말이 되냐”며 “자꾸 반복되니 길을 다닐 때도 발밑이 무섭다”며 불안감을 표했다.
부산시는 하수 박스와 통신시설 연결부의 장기간 누수로 싱크홀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한다. 하수 박스에 매입된 통신관로 연결부가 파손됐고, 빗물이 토립자 유출에 영향을 미쳐 지하에 빈 공간이 생긴 것으로 본다. 부산시는 임시 복구 조치를 통해 사고 하루 뒤인 14일 오전 6시께 차량 통행이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전문가 조사를 통해 사고 발생에 대한 자세한 원인을 규명하겠다는 입장을 밝혔고, 사상구청·지하시설물 관리자·부산교통공사 등과 협의해 추가 땅 꺼짐이 없도록 예방 대책을 찾을 방침이다.
주변 공사장과 기존 시설물에 대한 영향과 연관성 등도 조사할 전망이다. 통신시설 관리 주체와 구체적 파손 시점 등은 조사 과정에서 확인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오전 10시 30분께 현장에서 복구 대책 등을 지시한 박형준 부산시장은 “반복되는 사고에 대한 원인 규명이 최우선”이라며 “전문가 중심으로 원인 조사를 명확히 해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수습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