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부터 4일간의 연휴가 시작된다. 근로자의 날과 하루를 더 쉰다면 최장 6일간의 휴일을 보낼 수 있다.
연휴를 잘 보내는 법은 제각각일 것이다. 그럼 연휴를 최악으로 보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의외로 많은 이들이 꼽는 휴가를 망치는 법은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이나 텔레비전 시청 같은 수동적 활동으로 휴일을 다 보내고 나면 쉬었다기보다는 허무함과 시간을 낭비했다는 후회가 든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24 국민여가활동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은 하루 평균 3.7~5.7시간의 여가 시간을 갖는데, 여가 시간에는 텔레비전이나 동영상 시청, 인터넷 등 수동적으로 시간을 보내는 이들이 가장 많았다.
흥미로운 것은 여가 활동에 참여한 종류가 많을수록 여가생활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연간 5개 이상의 여가 활동에 참여한 이들은 여가생활 만족도(7점 척도 기준) 평균이 5.4점에 달했다. 반면, 1~2개 활동에 그친 이들의 만족도는 평균 4.8점에 머물렀다.
휴식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단순히 하던 일을 멈추는 것을 넘어, 자신의 만족감을 높이는 의도적인 행위가 필요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결국 잘 쉬려면 자신이 어떤 행위를 할 때 즐거운지 자기 이해가 먼저이다.
사람들은 나이 들수록 자신의 즐거움을 잘 모르는 경향이 있다. 결혼을 앞둔 이들에게 짖궃게 한 번씩 들려주는 섬뜩한 비유가 있다. ‘결혼은 연필깎기’라는 말이다. 연필깎기는 연필을 연필답게 만들지만, 깎이다 보면 연필은 몽당연필이 되었다가 결국 사라진다(!). 결혼뿐일까? 사회생활도 비슷할 것이다.
부모, 직장인 등 자신에게 주어진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다 보면 책임에만 익숙해져, 자신을 제대로 돌보기 어렵다. 역할만 있고, 존재가 사라지는 것이다. 직장 맞춤형 인간으로 수십 년을 살아오다 퇴직 후 무한정 주어진 시간 앞에서 막막함을 느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연필이 아닌 만년필이 되려면 자기를 잘 돌보고, 필요할 때 잘 쉬어야 한다. 자신이 어떤 쉼을 추구하는지 아는 것은 자신을 잘 돌본다는 것이고, 그만큼 건강하다는 뜻이다. WHO는 자기 돌봄을 ‘개인이 자신의 건강을 증진하고, 질병을 예방하며, 질병에 대처하고, 장애를 관리하기 위해 취하는 능동적인 행동’으로 정의한다.
충분한 수면, 균형 잡힌 식사, 규칙적인 운동과 같은 신체적 돌봄부터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정신적 자극과 휴식을 균형 있게 유지하는 것도 자기 돌봄의 영역에 포함된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방식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식사만 하더라도 건강한 식사를 하려면 자신의 몸 상태에 따라 식사량이나 식사의 종류가 달라진다. 평균은 참고 사항이지 모범 답안이 아니기에 자신의 몸 상태를 주의 깊게 관찰하며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이 필요하다. 자신을 돌본다는 것은 적극적으로 내 몸이나 정서 상태와 끊임없이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과 소통하려면 별도의 노력이 필요하다. 호흡에 집중하는 호흡 명상을 한 번이라도 해보면, 단 몇 초만이라도 잡생각 없이 자신의 들숨과 날숨을 조용히 관찰하는 행위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 수 있다. 천천히 음식을 씹으며 맛을 음미하는 것, 몸을 움직일 때 근육의 긴장도를 느끼는 것 등도 말처럼 쉽지 않다.
회사와 가정에서 맡은 역할에 숙련도를 높이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하는 것만큼이나 자신의 몸과 마음에 집중해 자신을 돌보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
초고령사회에서는 각 개인이 자신에게 집중해 스스로를 돌보는 인프라가 더욱 필요하다. 한국의 기대수명은 2022년 기준 82.7세인데 건강수명은 65.8세에 불과하다. 기대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약 17년. 수많은 이들이 삶의 후반부를 질병이나 불편과 싸우며 살아간다는 의미다.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불행한 일이다. 의사 등 전문가들을 이 간극을 줄이는 방법으로 자기 돌봄을 꼽는다.
이 때문에 최근 유튜브 등 자기 돌봄에 관한 콘텐츠가 크게 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자기 돌봄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반가운 일이다. 부산일보도 여행과 음식, 건강, 문화생활 등의 콘텐츠를 더 강화할 예정이다. 지역을 기반으로 여가를 즐기고, 자신을 잘 돌보는 방법이나 사람들의 이야기를 풍성하게 담는다. 헬스장 운동 영상을 누워서 보면서 대리만족하는 방식이 아니라, 아주 사소한 것이라도 자신을 돌보는 행위를 직접하는 이들이 늘었으면 한다.
이번 연휴, 특별한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자기로의 여행을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내 몸과 마음은 어떤지, 그리고 나를 위해 무엇을 하면 좋을지 탐색하는 여행 말이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