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6월 3일 제21대 대선을 앞두고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 이재명 후보가 확정됐다. 그는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후보들과의 지지율 맞대결에서도 여전히 높은 위치에 있다. 이대로만 가면 차기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국민들은 대선 때마다 차기 대통령이 안정적인 경제정책을 펴 좀 더 잘 살게 해주기를 기대해왔다. 문재인 정부 때는 부동산 징벌세제나 최저임금 급등 등 과도한 분배 정책에 대한 실망감이 컸다. 높아진 세율에 따른 종부세를 포함한 보유세 부과에 일부에선 빚 내서 세금을 납부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당시 “두 번 다시 민주당을 찍지 않겠다”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최저임금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정부에서 5년간 최저임금을 42% 올리는 바람에 사회 전반적으로 물가가 올랐다. 식당, 자영업자 등 소상공인들은 인건비 감당이 어려워 폐업하거나 직원을 줄이고 가족경영으로 돌아서는 등 어려움을 겪었다.
뿐만아니라 실업률의 경우 문재인 정부 임기 4년 차까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3.7%, 2018년 3.8%, 2019년 3.8%, 2020년 3.9%로 매년 증가했다.
당시 각종 분배 정책에도 소득 격차는 심화됐고, 저소득층인 1분위 소득은 감소한 반면 고소득층인 5분위 소득은 증가했다. 또한 지속적으로 추경을 남발해 국가부채가 300조 원 이상 증가했고 이는 윤석열 정부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윤 정부는 집권 이후 친기업 정책을 펴는 등 이전 문 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였고 기업인들도 대환영이었다. 기업들의 법인세를 낮춰주고 각종 조세 감면에 기업집단 규제도 일부 완화하는 성과도 냈다. 하지만 상속세 완화 반대, 기업 발목 잡는 상법개정안 등으로 더불어민주당이 발목을 잡았고, 민주당 주도로 20여 차례 탄핵이 이어지면서 기업들도 어려움을 겪었다.
그랬던 민주당의 이재명 후보가 대선 국면에서 입장을 바꿨다. 문재인 정부의 분배 일변도 경제 정책을 취했다가는 대선에서 어렵다는 판단을 한 듯하다. 이 후보는 현재 민주당 정권의 주요 기조인 기존의 ‘정의’나 ‘복지’가 아닌 ‘성장과 통합’을 슬로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실용주의 노선을 바탕으로 ‘먹사니즘’(먹고 사는 문제 최우선)과 ‘잘사니즘’(행복을 지향하는 가치적 삶)을 키워드로 내세우며 경제 성장 중심의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부동산 정책에서도 수도권 4기 신도시 조성, 서울 도심 재개발·재건축 활성화 등 공급 확대를 주요 공약으로 제시했다. 지난 2월 부동산 시장 개입 최소화에서 입장을 선회한 셈이다. 세제 정책에서도 감세 기조를 보이고 있다. 상속세·근로소득세 완화에 종합부동산세 완화 가능성도 열어두고 있다. 내용만 보면 국민의힘 대선 후보 공약같다.
일각에선 중도와 보수층 표를 겨냥한 ‘경제 우클릭’에 진정성이 의심된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정치평론가는 “자기 이해관계에 맞춰 시류와 국민 여론에 좀 맞춰서 가려는 성향이 좀 강하다”고 평가했다.
실제 이 후보는 지난 2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경제를 살리는데 진보·보수 구분이 무슨 소용인가. 유용한 정책이라면 모두 수용해야 한다”고 했다. 마치 마오쩌뚱 전 주석이 사망한 뒤 정권을 잡은 덩샤오핑이 “먹고 사는 게 급하지, 공산주의 사상이 중요해? 고양이 색이 검든, 하얗든 쥐만 잘 잡으면 되는거 아니냐”는 ‘흑묘백묘론’을 들고나온 것과 비슷한 형국이다.
집권 여당이나 재계 안팎에선 이재명 후보가 대선 성공 후 기존 민주당 노선으로 컴백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대선 공약은 득표 전략이고 국정 전략은 별개라는 얘기다. 이 후보가 그간 이런저런 이유로 손바닥 뒤집듯 약속을 번복한 사례도 적지 않다. 지난 대선 때 내세웠던 기본소득 공약 연기, ‘국회의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약속 번복, 전국민 1인당 25만 원 지급 주장 포기, 반도체특별법에 대한 오락가락 행보 등이 대표적이다. 전 국민 1인당 25만 원 지급은 국가 재정을 고려하지 않은 주장이라는 비난을 듣다가 포기했고, 불체포특권 포기는 자신의 사건을 놓고 번복했다는 점에서 여론이 좋지 않다.
과거 대선 후보나 대통령들도 공약 번복이 없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 후보처럼 저렇게 잦지는 않았다. 한 나라의 정치는 그 나라의 정치인들에 좌우되지만 그 ‘옥석’을 가려내는 건 국민이다. 결국 국민이 실권자인 셈이다. 제대로 된 한 표가 그래서 중요하다.
배동진 서울경제부장 djbae@busan.com
배동진 기자 dj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