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미국 자갈치

입력 : 2025-04-29 18: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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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중구 남포동 해변에 자리한 자갈치시장은 부산을 상징하는 공간이다. 부산을 찾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반드시 들리는 관광 코스이기도 하다. 자갈치시장의 역사는 100년을 훌쩍 넘어섰다. 1922년 현재 자갈치 자리에 부산어업협동조합 위탁 판매장이 들어서면서 시장이 생겨났다고 한다. 그러다가 1970년 자갈치시장이란 이름으로 정식 개장, 국내 최대의 수산물 시장으로 발돋움했다. 자갈치라는 이름의 유래는 까맣고 작은 자갈인 몽돌이 많은 해수욕장 인근에 시장이 들어섰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시장 주변이 매립되면서 지금은 옛 모습을 찾을 수 없지만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아름다운 해변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런데 최근 부산의 자랑인 자갈치시장을 오마주한 대형마트가 미국에 문을 열었다. 농심그룹 메가마트는 지난달 말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델리시티의 대형 쇼핑몰 세라몬테 센터에 2100평 규모의 프리미엄 매장 ‘자갈치(Jagalchi)’를 개점했다. 메가마트가 네 번째 미국 매장에 ‘자갈치’라는 이름을 붙인 것은 자갈치시장의 상징성과 가치를 미국에 선보이겠다는 계획에 따른 것이다. ‘K푸드’ 열풍에 빠진 미국 소비자들이 연일 장사진을 이룬다고 한다.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구호로 유명한 부산 자갈치의 저력이 미국에서도 어김없이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농심과 메가마트는 부산과 깊은 인연을 가진 기업이다. 메가마트의 역사는 농심이 1975년 당시 부산 생필품 유통체인 기업인 동양체인을 인수하면서 시작됐다. 이후 1995년 부산 최초의 창고형 대형 할인마트인 메가마트 동래점이 문을 열었다. 이마트 서울 창동점에 이어 국내 두 번째 대형 할인마트이기도 한 동래점은 오는 8월이면 개점 30주년을 맞는다. 동래점은 현재까지도 좋은 농수축산 먹거리를 저렴하게 공급하는 차별화된 노하우로 부산 시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부산과 농심, 메가마트의 인연은 이번 미국 ‘자갈치’ 개점으로 한층 더 끈끈해진 느낌이다. 더욱이 농심은 1987년 이미 ‘자갈치’라는 상표를 특허청에 등록했다. 이후 자갈치라는 이름을 단 스낵을 출시해 스테디셀러로 자리매김시키기도 했다. 농심이 38년 동안 자갈치라는 상표를 등록 관리한 데 이어 이번에 메가마트가 미국에 자갈치를 출점시킨 것은 이 기업의 한결같은 부산 사랑을 짐작하게 하는 대목이다. 미국 ‘자갈치’가 자갈치시장을 세계에 알리는 명소로 자리매김하길 기원한다.

천영철 논설위원 cyc@

천영철 논설위원 cyc@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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