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이 스위스에서 처음으로 대면 관세 협상을 위해 만났다.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정한 추가 관세 145%를 50%까지 낮출 수 있다는 보도가 나온 상황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했다.
10일(현지 시간) 오전 10시 스콧 베센트 미국 재무부 장관과 허리펑 중국 국무원 부총리가 이끄는 양국 대표단이 스위스 제네바 UN(국제 연합) 주재 스위스 대사관저에서 만나 고위급 회담을 진행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후 8시께 양국이 회의를 마무리했고, 회의는 조만간 재개될 예정이다. 양국 모두에 민감한 사안인 만큼 이날 국가 간 고위급 회담의 관례인 수석 대표의 모두 발언 장면도 공개되지 않았다.
회담 직후 트럼프 대통령은 SNS 트루스소셜에 “오늘 스위스에서 아주 좋은 회의를 했다. 많은 사안이 논의되었고, 많은 합의가 이뤄졌다”면서 “중국과 미국 모두를 위해 중국이 미국 기업에 더 많이 개방되기를 바란다. 엄청난 진전이 있었다!”라고 썼다. 하지만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이날 논평에서 “이번 협상이 갈등 해결과 추가 격화를 막기 위한 긍정적이고 필요한 조치”라면서 “향후 협상이든, 대립이든 분명한 것은 중국이 자국 발전 이익을 지키겠다는 의지는 확고하고, 글로벌 경제와 무역 질서를 유지하겠다는 입장도 변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세계 1, 2위 경제 대국인 양국 장관급 당국자가 얼굴을 맞대고 현안을 논의한 것은 이날이 처음이다. 미국은 중국에 대해 145%의 추가 관세를, 중국은 보복 조치로 1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치킨 게임’을 벌여왔다.
이날 회담에는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중국 대표단에는 왕샤오훙 공안부장이 포함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했다. 특히, 중국이 왕 부장을 협상단에 포함한 것은 미국이 중국에 대한 관세 인상 명분 중 하나로 삼은 중국산 펜타닐 원료의 밀수출 문제를 미국과 논의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2기 취임 직후 중국에 펜타닐 밀수출 문제를 거론, 총 2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열었다.
이날 회담에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중국 관세율로 80%가 적절할 것이라고 밝혔는데, 뉴욕포스트와 블룸버그 통신 등 미국 언론은 실제로는 50%대로 관세를 낮추는 방안을 미국이 제안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이번 회담은 그동안 양국의 긴장을 완화하고 향후 협상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첫걸음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관세 인하 같은 구체적 성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양국의 신경전이 상당 기간 더 지속될 수도 있다는 우려도 있다.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