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주요 후보들이 발표한 10대 공약 속 지역 공약의 비중과 실현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다. 공개된 공약 대다수가 과거 정책의 반복이거나 실현 가능성이 불투명한 구상이라는 평가가 나오기 때문이다. 대선 자체가 급하게 치러지면서 지역 공약이 구색 맞추기용으로 전락한 것 아니냐는 지역의 비판이 적지 않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국토 균형발전을 핵심 비전으로 내세우며 ‘5극 3특’ 체제를 제안했다. 수도권, 동남권, 대경권, 중부권, 호남권 등 5대 초광역권과 제주·강원·전북 3대 특별자치도 중심의 체계를 구상했다. 하지만 이 공약은 문재인 정부 시절 추진된 ‘초광역 메가시티’ 구상을 이름만 바꾼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재명 후보가 강조한 초광역권 특별지방자치단체는 일부 지자체장들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현실적 추진 동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이번 대선에서 이 후보가 내놓은 10대 공약은 △세계를 선도하는 경제 강국 △내란 극복과 K-민주주의 위상 회복 △가계·소상공인 활력 증진 및 공정 경제 실현 △세계 질서 변화에 실용적으로 대처하는 외교안보 강국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나라 등이다. 하지만 주요 정책의 방향성과 구조는 지난 대선 공약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평가다. 가령 공공의료 인프라 확충은 20대 대선에서도 ‘공공병원 확대’와 ‘지역의료 서비스 강화’라는 이름으로 이미 제안됐고, 이번에도 같은 취지의 정책이 반복됐다. 표현만 달라졌을 뿐, 본질적으로 동일한 구조라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는 국토 균형발전 전략으로 수도권 중심의 GTX 노선을 전국 5대 광역권으로 확대해 ‘전국급행철도망’을 구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GTX A·B·C 노선의 조기 개통과 D·E·F 노선 착공, 부울경·충청·대구경북·호남 지역 신규 노선 신설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GTX는 수도권에서도 예비타당성조사 통과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규모 재정 투입이 필요한 사업인 만큼 전국 확대는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실제로 GTX C노선은 지난해 착공식 이후 1년 넘게 공사가 지연되고 있으며, D·E·F 노선은 예비타당성조사조차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전문가들은 구체적인 재원조달 방안 없이 제시된 전국급행철도 구상은 실행 가능성이 낮다고 평가한다.
해당 공약은 윤석열 정부 초기에도 지역 교통공약으로 거론됐던 바 있어 참신성에서도 약하다는 평가다. 윤 전 대통령은 2022년 대선 당시 부산 지역 공약으로 “수도권 GTX에 해당하는 광역급행철도인 부울경 GTX를 건설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김 후보가 제안한 2차 공공기관 이전 역시 대상 기관이나 이전 시점, 지역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되지 않아 실현 가능성이 낮다는 지적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는 ‘법인세 자치권’ 도입을 포함한 재정 분권 확대를 핵심 공약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이 공약은 문재인 정부 시절에도 논의됐던 사안으로, 당시 기획재정부의 반대와 실무적 난제에 부딪혀 본격 추진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지방정부와 중앙정부 간 이해 충돌이 여전히 존재하는 과제인 만큼, 이번 공약 역시 실행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처럼 세 후보 모두 과거 정책을 재구성하거나 기존 구상을 반복한 공약을 다수 포함하면서, 유권자들이 실질적인 변화와 정책 간 차별성을 체감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공약의 내용이나 실현 가능성보다는 정치적 메시지나 이미지에 초점을 맞춘 선거전이 반복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