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 피해 교사 53% “후속 조치 없었다”

입력 : 2025-05-14 18:25:19 수정 : 2025-05-15 10:5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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씁쓸한 스승의날

부산시교육청 자료
지난해 부산 교권 침해 223건
피해 교사 22%만 치유 지원

부산교사노조 설문 결과
교사 셋 중 둘 “존중 못 받아”
56%는 최근 이직·사직 고민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시교육청 전경

부산 서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 A 씨는 최근 학생의 물품 분실 문제로 학부모에게 집요한 항의를 받았다. 개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자신을 비난하는 글이 올라오고, 아동학대로 소송하겠다는 위협까지 받자 학교 관리자에 보호를 요청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관리자는 제3자“ “학부모 말도 들어봐야 한다” 뿐이었다. 결국 A 씨는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며 정신과 진료와 교원힐링센터 상담을 받고 있다.

스승에 대한 존중을 되새기는 스승의날을 맞았지만 부산 교사 3명 중 2명은 우리 사회에서 존중받지 못 한다고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부산에서 교권보호위원회가 223건 열렸으나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이뤄진 사례는 20% 수준에 그쳤다. 이처럼 교권 보호 대책이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면서 교사들의 자존감과 교육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시교육청이 백승아 국회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총 223건의 교권보호위원회 심의가 열렸다. 교권보호위원회는 교사에 대한 폭언·폭행 등이 발생했을 때 사실관계 확인과 보호 조치를 논의하는 공식 기구다.

이중 가장 많은 교권 침해 유형은 ‘모욕 및 명예훼손’ 61건(27.3%)이었고 ‘상해 폭행’과 ‘교육활동 방해’가 각각 32건(14.3%)으로 뒤를 이었다. 그밖에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을 주는 행위’와 ‘영상 무단 합성 및 배포’ 사례도 발생했다. 침해 주체는 학생이 194건(87%), 보호자 등은 29건(13%)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피해 교사에 대한 보호 조치가 형식적인 수준에 그쳤다는 점이다. 피해 교사 223명 중 치유 및 치료 지원 등 실질적인 보호 조치가 이뤄진 경우는 22%(50건)에 불과했다. 54건(24.2%)은 ‘상담 안내’에 그쳤고, 나머지 119건(53.4%)은 미조치(32건) 혹은 기타(87건)로 분류됐다. 기타는 치료 지원이나 상담 안내가 아닌 그밖의 조치를 뜻하는데, 화해만 유도하는 등 실질적인 후속 조치로 보기 어렵다는 게 현장 교사들 입장이다. 부산의 한 교사는 “교권 침해를 당한 이후에도 학교 여건상, 혹은 관리자의 강요로 근무를 지속하거나 연가를 사용해야 쉴 수 있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부실 대응은 교사들의 자존감과 업무 만족도를 떨어뜨려 교육 전반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교사노조가 지난달 23일부터 이달 7일까지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산 교사 374명 중 ‘사회에서 교사가 존중받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65.0%(243명)가 부정적으로 답했다. 또한 ‘최근 1년간 이직 또는 사직을 고민한 적 있느냐’는 항목에는 55.9%(209명)가 ‘그렇다’고 답했다. 이들이 꼽은 주요 이유는 ‘교권 침해 및 과도한 민원’(51.3%), ‘낮은 급여’(31.6%)였다.

특히 수업 방해 학생을 분리하는 제도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응답은 92.5%(346명), 악성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수 있는 민원 대응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답변은 90.6%(339명)로 집계됐다.

부산교사노조 김한나 위원장은 “존중은커녕 교사에게 희생만 강요하는 현실에서 스승의날조차 의미를 잃고 있다”며 “교권 보호 정책은 마련돼 있지만 실효성 있는 대책과 교육청의 의지 부족 탓에 피해 사례는 줄지 않고 있다. 교사들이 부당한 상황을 혼자 감내하지 않도록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제도 보완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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