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에는 자주 출몰한다는데…’ ‘러브버그 청정 지대’ 된 부산, 왜?

입력 : 2025-07-03 15:13:23 수정 : 2025-07-03 16: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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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침엽수림 비중 등 성장 환경 부적합
이동 범위 좁은 습성 등이 원인으로 분석
확산세는 뚜렷… 개체 수 조절 고민 필요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날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29일 오전 인천시 계양구 계양산 정상에서 ‘러브버그’로 알려진 붉은등우단털파리가 날아다니고 있다. 연합뉴스

여름 불청객 붉은등우단털파리(러브버그)가 수도권에는 잦은 빈도로 출몰하고 있지만, 부산은 관련 신고나 민원조차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은 러브버그가 자라거나 생활하는 데 부적합한 성장환경인 데다, 이동 거리가 좁은 개체의 습성 등이 복합적으로 결합돼 러브버그 청정 지대가 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2일 부산시에 따르면 이날 기준 부산 16개 구·군에 접수된 러브버그 민원은 없다. 시가 수도권에서 잇따르고 있는 러브버그 불편 신고에 따라 선제적으로 16개 구·군에 러브버그 관련 민원과 출몰 현황을 확인한 결과다.

러브버그는 약 1cm 내외 크기 곤충으로 암수 한 쌍이 짝짓기한 채로 날아다니는 모습에 이러한 별명이 생겼다. 이 곤충은 중국에서 항만 등을 통해 국내로 넘어왔을 것으로 추정된다. 조경용 흙 등에 알 상태로 국내에 유입됐다는 것이다.

주로 번식기로 활동이 왕성해지는 6월 중순~7월 초 이맘때 시민 불편이 집중된다. 지난해 서울시에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은 9296건에 달했다.

그러나 부산에서는 러브버그 목격담이 전무하다. 전문가들은 정확한 원인을 단정할 순 없으나, 이동 범위가 좁은 러브버그의 습성과 수도권에 비해 불리한 성장 환경에 원인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러브버그 성체는 일주일 안팎 활동하는데, 러브버그의 비행은 이동이 아닌 짝짓기에 목적이 있다. 번식 장소에서 다시 번식하기 때문에 다른 장소로 확산하는 경향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공주대 생명과학과 도윤호 교수는 “2015년 처음 인천에서 발견된 이래 지금까지 수도권 주위로만 출몰하고 있다”며 “자동차에 붙어서 이동하는 ‘인위적 이주’ 등을 제외하면 수도권에 주로 출몰하는 러브버그가 부산권역까지 갑작스레 확산할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또한 러브버그 유충은 낙엽이 많이 쌓여 있어 토양 유기물이 풍부한 곳에서 성장한다. 이에 수도권처럼 활엽수림이 많이 분포한 지역에서 성장하기 유리하다. 반면 부산은 소나무 같은 침엽수림의 비중이 비교적 높아 성장에 불리하다.

다만 전문가들은 러브버그 출몰 지역이 조금씩 확장하는 추세가 뚜렷해, 개체 수 조절 방안에 대해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국립생물자원관 박선재 연구관은 “러브버그 출몰 지역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수도권에서는 개체 수 조절을 위해 조명을 이용한 포집장치 등을 개발해서 현장에 적용하는 실험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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