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한 달을 맞았다. 후보 시절부터 부산에 대한 남다른 애착을 드러낸 이 대통령은 짧은 시간임에도 여러 지역 공약 가운데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에 집중하며 타임 테이블을 마련하는 데 집중했다. 해수부 이전을 우선하고, ‘부산 해수부’를 디딤돌로 다른 공약들까지 연계해 풀겠다는 복안으로 해석된다. 또한 우선 실현 가능한 공약부터 실행함으로써 내년 지방선거 전 가시적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도 내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3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 대통령의 지역 공약은 해수부와 HMM 부산 이전, 동남권투자은행 설립 등 부산·울산·경남(PK)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경제 축을 마련하는 것으로 설명된다. 이는 말 그대로 ‘지역 공약’인 동시에 이 대통령의 대한민국 국가균형발전 기조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다른 공약보다는 해수부를 부산으로 옮기는 작업에 특히 집중해 왔다. 이 대통령은 취임 다음 날인 지난달 5일 처음으로 가진 국무회의에서 빠르게 체제 정비를 마쳐 조속히 국정 운영을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특히 이 중 해수부를 콕 찍어 부산 이전을 위한 빠른 준비를 지시하면서 지역은 물론 중앙 정치권에서도 다소 놀란 분위기가 감지됐다.
이 대통령의 해수부 부산 이전 추진 드라이브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같은 달 23일에는 부산 유일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이자 대통령 선거 기간 북극항로 개척 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관련 정책을 발굴해 온 전재수(부산 북갑) 의원을 해수부 장관으로 지명하며 다시 한번 이전에 힘을 보탰다.
또한 다음 날인 24일에는 해수부 이전을 올해 안에 이행할 수 있도록 방안을 검토하라고 강도형 현 해수부 장관에게 지시하면서 마침표를 찍었다. 특히 이 대통령은 이전 시기를 앞당길 것을 주문하면서 이를 위해 공간 임대 방식 등을 우선적으로 검토하라는 세부적인 내용까지 요구해 지역에서는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부산 시민사회 단체에는 같은 날 “이 대통령의 해수부 부산 이전에 대한 강력한 실행 의지를 환영한다”는 긴급 성명까지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이 대통령이 다른 여러 공약도 있지만 해수부 부산 이전에 속도전을 펼쳐 온 것은 내년 지방선거와 밀접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지난달 7일 민주당 대표 시절 함께했던 1·2기 지도부 인사들을 한남동 관저로 초청해 가진 만찬 자리에서 “내년에 있을 부산 지방선거는 불이 나겠다”는 뉘앙스로 말했다. 이를 두고 당시에는 이 대통령의 부산 지선 언급이 단순한 덕담 수준을 넘어 지방 권력 탈환 의지를 내비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 바 있다.
결국 이재명 정부 출범 1년 후에 치러지는 제9회 지방선거가 정권의 성패를 가를 주요 변곡점으로 꼽히는 만큼 우선적으로 속도를 낼 수 있는 공약에 힘을 실어 성과를 내겠다는 전략인 셈으로 풀이된다.
지역 여권 관계자는 “이 대통령이 당선되기 전까지 가장 취약 지역 중 하나가 부산이었다”며 “그러나 대선에서 역대 진보 대통령 가운데에서는 물론이고 부산 출신 대통령들보다 높은 득표율을 기록하면서 구애를 하면 표를 얻을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취임 이후에 선택과 집중을 통해 조기에 성과를 내려고 하는 것도 결국 이러한 경험에 바탕이 된 것 아니겠냐”라면서 “해수부 장관 취임 이후에는 다른 공약들도 속도를 내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