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몸처럼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드론의 ‘칼군무’와 광안대교에서 뻗어 나온 레이저의 조합이 광안리해수욕장의 밤하늘을 환하게 물들였다. 세계 최초 드론 레이저쇼가 시작되자 광안리는 환호와 박수갈채로 들썩였다. 레이저와 드론을 결합한 첫 공연인 만큼 기존보다 드론 대수가 늘었고 음향 시스템과 중계 기법도 보강돼 공연 완성도가 높았다.
5일 오후 5시,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피서객과 공연 관람객이 한데 몰리며 해변 일대는 인산인해를 이뤘다. 식당과 카페는 대부분 만석이었고, 산책로도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연인, 친구, 가족 단위 등 다양한 방문객이 광안리해수욕장을 가득 메웠다. 공연을 보기 위해 친구와 함께 찾았다는 노조은(26) 씨는 “공연 명당을 사수하려고 오후 5시 전에 만남의광장으로 와 돗자리를 펴고 자리를 잡았다”고 전했다.
오후 8시,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1000대의 드론이 해변에서 이륙을 시작했다. 이번 공연은 ‘프렌즈 in 광안리’를 주제로, 인기 캐릭터 ‘카카오프렌즈’가 여름을 즐기는 모습을 15분간 연출했다. 오리 튜브를 타고 있는 ‘춘식이’를 시작으로, SUP를 즐기는 ‘라이언과 ‘튜브’, 아이스박스에 들어간 ‘어피치’ 등의 모습이 이어졌다. 드론이 형상을 바꿀 때마다 관람객들 사이에서는 탄성이 터졌다.
곧이어 배경 음악이 웅장하게 깔리자, 이번에는 광안대교에서 레이저가 하늘과 바다로 뻗어나갔다. 세계 최초로 드론쇼에 이어 선보이는 이번 레이저쇼는 ‘빛과 바다의 도시 부산’을 주제로 18분간 진행됐다. 레이저를 받아 바다 곳곳이 반짝이자, 해변 곳곳에서는 “멋지다”며 함성과 박수가 쏟아졌다. 음악의 리듬에 맞춰 푸른 빛, 보라 빛, 흰색 빛의 광선이 서로 교차하며 관객의 눈을 사로잡았다.
이윽고 걸그롭 블랙핑크 로제와 팝스타 브루노 마스 인기곡 APT가 흘러나오며 다채로운 레이저가 사방으로 퍼지듯 쏘아 올려지자, 관람객들의 반응은 최고조에 달했다. 시민들은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서 공연을 즐겼다.
이번 행사를 위해 광안대교 주탑 사이 250m 구간 난간에 고출력 레이저빔과 서치라이트 6대가 설치됐다. 레이저는 해변에서 5m 이상 떨어진 광안대교 안쪽 해수면과 공중으로 발사되며, 직사 거리는 약 1km로 알려졌다.
이번 공연은 드론 수뿐 아니라 음향·영상 장비까지 전면 업그레이드됐다. 드론은 기존 700대에서 1000대로 확대 투입됐고, 음향 역시 공연용 대형 스피커 4대를 추가해 광안리 전역에서 음악과 효과음을 선명하게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생중계 영상에도 변화를 줬다. 기존 항공 촬영에 더해 지상 카메라를 추가 설치해, 관람객의 시야와 동일한 각도의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영상에 다양성을 더했다. 레이저쇼를 위해 추가로 편성된 예산은 약 20억 원으로 알려졌다.
공연이 펼쳐질 무렵 기온은 섭씨 26도의 열대야에 해당하는 무더운 날씨였지만, 시민들은 반팔과 반바지, 얇은 치마 등 가벼운 차림으로 더위를 잊은 듯 공연에 몰입했다. 외국인 관광객도 광안리의 밤하늘에 찬사를 보냈다. 캐나다에서 온 나브잡 딜런(42) 씨는 “드론쇼는 사랑스러웠고 레이저쇼는 웅장했다”며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멋진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수영구청에 따르면 드론 레이저쇼가 끝난 이날 오후 8시 30분 기준, 광안리에는 약 7만 5000명이 몰렸다. 공연 종료 후 해수욕장 일대는 귀가 행렬에 나선 이들로 혼잡이 빚어졌다. 길가에 방치된 쓰레기 더미가 통행을 방해하거나, 좁은 도로변에 자리한 불법 노점상에 인파가 부딪힐 뻔하는 등 위험한 순간이 빚어지기도 했다.
다만 인파 밀집 등으로 인한 인명 사고는 접수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후 9시 기준 드론 레이저쇼로 인한 119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 , 김동우 기자 frien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