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각국을 상대로 부과한 상호 관세가 7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국내 기업들에게 가장 큰 시장인 미국의 상호 관세 발효로 업황의 변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역 업체들도 관세율에 따라 표정이 엇갈린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서명한 한국산 제품의 상호 관세율을 기존 25%에서 15%로 낮추는 행정명령이 7일 본격 발효된다.
대미 수출의 주요 품목 중 하나인 완성차업계는 이번 협상의 결과로 15%의 관세가 결정됐다. 경쟁국인 일본과 동일한 관세를 물게 된 것으로 가격 경쟁력은 유지했지만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이에 지역 자동차부품업계의 최대 거래처인 현대차그룹은 현지 생산, 부품 조달 확대 등으로 관세 부담을 낮추려는 계획을 세우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그룹에 부품을 납품하는 A업체 관계자는 “미국에서 완성차 생산을 늘리면 현지 조달 수량을 맞춰야 장기적인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이에 공장 증설 등을 내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사실상 대응이 어려운 지역 중소업체들의 고민은 깊다. 오린태 자동차부품공업협동조합 이사장은 “소규모 3, 4차 하청업체들은 따라갈 여력이 없어 결국 미국 현지의 공장들에게 거래처를 빼앗겨 장기적으로 지역 자동차부품업계 생태계는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부터 적용돼 오던 50%의 고율 관세가 그대로 유지된 철강업계는 답답한 상황이 됐다. 이미 철강업계의 수출길은 좁아질 대로 좁아진 상태다. 한국무역협회 부산지역본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부산 지역 대미 철강 수출은 14억 380만 2000달러를 기록, 전년 같은 기간 대비 8.3%가 줄었다. 특히 6월 고율 관세가 적용되자 수출의 18.6%가 줄었다.
철강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산 철강으로 인해 공급이 과잉인 데다 관세율 50%는 사실상 수출길을 막은 것이나 다름이 없다”며 “빠른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철강업의 타격, 구조조정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6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전체 회의에 출석해 “철강은 참 아픈 분야”라며 “재정적인 세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역 조선기자재업계는 미국 수출길이 열렸다는 평가다. 미국과의 조선업 협업의 일환으로 현지 조선업 허브 구축 등이 언급되며 현지에 자연스럽게 진출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 시장의 경우 중국산 기자재와의 경쟁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이 장점으로 꼽힌다.
한편, 관세 타결 전 밀어내기 물량이 늘어나면서 상반기 부산항 물동량은 상승했지만, 하반기에는 하락세가 예상된다. 부산항만공사(BPA)에 따르면 상호 관세 유예가 발표됐던 4월 부산항의 수출입 물동량은 약 94만 4000TEU, 환적물량은 약 119만TEU였다. 이후 상호 관세 유예로 미리 처리하려는 물량이 부산항으로 몰리면서 5월에는 수출입은 약 95만 5000TEU, 환적은 약 127만 5000TEU로 늘었다. 그러다 지난 6월부터 미국이 주요국들과 관세 협상을 진행하면서 화주들이 관망세에 접어들었고, 지난 6월의 물동량은 수출입 약 91만 5000TEU, 환적은 약 114만 8000TEU로 감소했다.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 박혜랑 기자 ra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