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교과서 '퇴출'… 도입률 높은 부산, 현장 혼란 최소화 ‘숙제’

입력 : 2025-08-06 19:30:0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교육 자료 전환 위상 격하 여파
출판사 계약 해지 등 혼선 예고
시교육청, 교육부에 지침 요구

인공지능 디지털 교과서(AIDT)가 도입된 지 한 학기 만에 교과서 지위를 잃고 교육 자료로 전환되면서, 도입률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높은 부산 교육 현장에도 적잖은 혼란이 예상된다. 일부 학교는 출판사에 계약 해지나 변경을 요청할 조짐을 보이는 가운데, 부산을 포함한 전국 시도교육청은 교육부에 명확한 지침 마련을 요구했다.


6일 부산시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지난 5일 오후 2시 17개 시도교육청과 화상회의를 열고 AIDT 관련 후속 대책을 논의했다. 이는 전날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에 따라 AIDT가 법적 교과서 지위를 잃고 교육 자료로 분류된 데 따른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부산을 포함한 대부분의 시도교육청은 AIDT의 지위 변경으로 인한 현장 혼란을 우려하며, 교육부 차원의 지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앞서 교육부는 “2026학년도 AIDT의 검정·인정 절차는 중단하고, 기존 AIDT를 계속 활용하고자 하는 학교에는 시도교육청과 협의해 지원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덧붙였다.

법 개정안 통과로 AIDT 도입률이 높은 부산 학교 현장에서는 혼란이 예상된다. 부산의 도입률은 36.5%로 대구(98.1%)에 이어 전국 2위다. 부산 지역 학교 3곳 중 1곳 이상이 AIDT를 도입한 셈이다. 도입 학교 대부분은 출판사와 1년 단위로 계약을 맺고 있으며, 과목별로 도입 여부나 계약 조건이 다른 경우도 많다.

부산시교육청은 일부 학교가 출판사에 계약 변경이나 해지를 요청하는 사례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AIDT가 교육 자료로 전환되면서 2학기부터 사용을 중단하려는 학교들은 계약 기간이 남아 있어도 국회에서 법안이 통과된 점을 근거로 계약 기간 단축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부산시교육청 관계자는 “AIDT를 계속 교육 자료로 활용할지는 전적으로 각 학교의 재량에 달려 있다”면서도 “2학기 개학이 임박한 시점에서 출판사와 계약 조정 여부에 따라 행정 처리나 예산 집행에 혼선이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원단체와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AIDT의 교육 자료 전환이 학교 현실에 더 적합하다”며 이번 결정을 반기는 분위기다.

김한나 부산교사노조 위원장은 “AIDT는 ‘교육 자료’로 분류되는 것이 교육 현실에 더 적합하다. 예산도 이 경우 훨씬 유연하게 집행할 수 있고, 교사가 수업의 중심에 설 수 있는 구조가 유지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AIDT 발행사와 개발 협력사(에듀테크 기업), 한국교과서협회 등은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법안 개정의 근거가 사실과 다르다”며 “헌법소원 등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

부산온나배너
영상제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