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건희 여사 의혹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7일 윤석열 전 대통령 체포에 다시 실패했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완강히 거부해 부상 우려가 있었다”고 이유를 밝혔다. 윤 전 대통령 측은 “통증 호소로 의무실 진료를 받으러 갔다”며 “공개적 망신 주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7일 민 특검팀은 “오전 8시 25분께 서울구치소에 체포영장 집행을 지휘했다”며 “물리력도 행사했으나 윤 전 대통령이 완강히 거부해 부상 우려가 있다는 현장 의견에 따라 오전 9시 40분께 집행을 중단했다”고 말했다.
윤 전 대통령 체포는 엿새 만에 다시 추진됐지만, 이번에도 결국 무산된 셈이다. 특검팀은 지난 1일 서울구치소에서 첫 체포영장 집행을 시도했다. 당시 윤 전 대통령은 수의를 입지 않은 채 바닥에 누워 완강히 저항했다고 특검팀은 설명했다.
특검팀이 7일 ‘부상 우려’를 언급한 점을 고려하면 윤 전 대통령은 이번에도 체포영장 집행에 협조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 전 대통령 측은 거듭된 강제구인 시도를 두고 “공개적인 망신 주기”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7일 입장문을 통해 “조사를 위한 체포영장이 발부돼도 윤 전 대통령이 진술거부권을 행사하겠다고 하면 집행돼선 안 된다”며 “공개적인 망신 주기 외에는 어떠한 이유로도 설명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변호인단은 또 “현재 진행 중인 특검들은 이미 정해진 결론에 따라 일방적인 수사를 진행하며 윤 전 대통령 측의 어떠한 주장도 고려하지 않고 있다”며 “이에 윤 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며 조사에 응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라고 했다.
이어 “피의자가 진술을 거부하면 검찰은 기존 증거와 진술을 토대로 기소 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며 “문재인 전 대통령 역시 검찰 소환을 거부했고, 검찰은 조사 없이 기소한 사례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변호인단은 뒤이어 기자회견을 열어 “10여 명이 달라붙어 윤 전 대통령 양쪽 팔과 다리를 붙잡고 차량에 탑승시키려 했다”며 “윤 전 대통령이 의자에서 땅에 철썩 떨어지는 사태도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또 “윤 전 대통령 허리가 의자 다리에 부딪혔고, 윤 전 대통령이 ‘팔이 빠질 것 같아 제발 놔달라’고 말했다”고 밝혔다.
법원에서 발부한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유효 기간은 7일까지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지난달 29일과 30일 소환 요구에 연이어 불응하자 법원에 체포영장을 청구했다. 체포에 실패한 특검팀은 다시 영장을 발부받을지 검토할 것으로 예상된다. 윤 전 대통령 체포영장 집행이 물리적으로 어렵다고 판단하면 대면 조사 없이 곧바로 재판에 넘길 가능성도 있다.
윤 전 대통령은 명태균 씨 공천 개입 의혹 등으로 김건희 특검팀 수사선상에 올랐다. 2022년 대선 과정에서 명 씨에게 여론조사를 무상으로 받은 대가로 김영선 전 국민의힘 의원이 같은 해 치러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공천받도록 힘을 써줬다는 의혹이다. 명 씨는 총 81차례에 걸쳐 불법 여론조사를 해준 것으로 파악됐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