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서 자신들이 낳은 아이들을 유기하거나 팔아넘긴 혐의를 받는 40대 남녀에게 법원이 징역형을 선고했다. 내연 관계인 이들은 신원을 알 수 없는 부부에게 남아를 넘겼고, 딸아이는 병원비 28만 원을 대신 결제하는 조건으로 사실상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부산지법 형사10단독 허성민 판사는 아동복지법 위반(아동유기·방임, 아동매매) 혐의 등으로 기소된 40대 남성 A 씨에게 징역 4개월과 징역 10개월 등을 각각 선고했다고 21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재판을 받은 40대 여성 B 씨에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이들에게 아동 관련 기관 3년간 취업 제한, 아동 학대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도 명령했다.
2008년부터 내연 관계를 유지한 A 씨와 B 씨는 자신들이 낳은 남아를 유기하고, 여아를 매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우선 B 씨가 2013년 3월 부산 사하구 한 산부인과에서 남자아이를 낳자 A 씨는 온라인에 ‘아기 입양을 원한다’는 글을 쓴 C 씨에게 연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와 B 씨는 2023년 4월 산부인과로 찾아온 C 씨 부부에게 제대로 된 신원 확인도 없이 아이를 넘겨준 혐의로 기소됐다.
A 씨와 B 씨는 5년 뒤 자신들이 낳은 딸아이를 사실상 28만 원에 팔아넘긴 것으로 조사됐다. B 씨가 2018년 1월 부산 동래구 한 병원에서 여자아이를 출산하자 A 씨는 ‘신생아를 데려가 키울 분을 구한다’는 글을 온라인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A 씨와 B 씨는 같은 달 글을 보고 연락한 D 씨를 부산 서구 한 병원으로 오게 했고, “병원비를 내고 아이를 데려가라”며 아이를 넘겨준 혐의를 받는다. 병원비는 28만 8000원이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에 대해 “출산 직후 피해 아동을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고 유기했다”며 “이미 같은 범행을 한 차례 저지른 후에도 재차 출산한 다른 아이를 매매해 죄책이 무겁다”고 밝혔다.
이어 “여자아이는 다소 미숙아로 태어난 상태에서 제대로 양육할 수 있는 자에게 인계되지 않았다”며 “범행 발각 전까지 출생신고조차 되지 않은 상태로 오랜 기간 건강하고 정상적이지 못한 환경에서 성장하게 됐다”고 밝혔다.
다만 “A 씨와 B 씨가 범행을 인정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미성년 자녀를 부양하고 있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재판부는 B 씨에 대해서는 “신체 건강이 좋지 않고, 아무런 형사 처벌 전력이 없는 점 등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A 씨는 선고기일에 무면허 운전, 업무상 횡령, 사기, 사문서 위조 혐의 등으로도 징역 1년을 별도로 선고받기도 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