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에서도 상영되지 않았고 앞으로 상영될 일도 없(다고 생각되)는 영화, 감독 스스로 공개하기 부끄러워 꼭꼭 숨겨 둔 영화, 혹은 돈과 힘이 없어 완성하지 못한 미완성작을 공개 상영하는 영화제가 부산에서 열린다.
‘흑역사’ 작품만 콕 찍어 소개하고 소통하는 제6회 부산청년영화제가 오는 29일부터 사흘간 부산 남구 대연동(도시철도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 인근) 카페 웨이드에서 개최된다. 부산청년영화제는 지역 청년들의 삶과 고민을 함께 나눠보자는 의미에서 2018년 시작됐다. 영화 도시 부산에서 나고 자라 영화를 좋아하는 청년들 주도로 출항해 2년의 공백기를 딛고 올해 여섯 번째 돛을 올린다.
젊은 영화 덕후들의 커뮤니티 ‘영덕스클럽’이 주최하고, 부산시와 부산문화재단이 지원하는 올해 영화제에서는 국내외 장·단편 17편이 선보인다.
상영작은 3개 부문으로 나뉜다. 핵심은 1회 때부터 줄곧 유지해 온 ‘흑역사의 밤’이다. ‘미래 거장이 될지도 모를’ 감독이 서랍 속에 묻어 둔 자신의 흑역사 작품을 내보이는 부문이다. 모두 13편이 상영되는데, 영화제 기간 매일 오후 7시(29일은 7시 30분)부터 4~5작품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완성한 작품도 있지만 15년 동안 묵힌 작품(로맨스 없는 로맨스 영화)도 관객을 만난다.
영덕스클럽 창립 회원 최수영 씨는 “공개되지 않고 파일로만 존재하거나, 심지어 파일로도 살아남지 못하는 작품들을 발굴해 그분들이 앞으로도 나아가는 기회를 찾기 바라는 마음이 담긴 부문”이라며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려는 영화제 취지가 가장 잘 반영됐다”고 소개했다.
이 외에도 청년들이 모여 단 3일 만에 제작한 영화 ‘잠깐’과 메이킹필름을 상영하는 ‘무박3일’, 청년들의 관람을 적극 권장하는 ‘청년관람불가피’ 부문이 준비되어 있다.
3편의 ‘청년관람불가피’ 상영작 중 하나인 ‘동네책방 폴란’(2022)은 일본 도쿄의 오래된 헌책방이 코로나19 여파로 문을 닫는 과정을 담담히 기록한 다큐멘터리 영화다. 2023년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에 초청돼 호평받은 작품이다. 영화를 연출한 나카무라 코타 감독은 마지막 날인 31일 상영장을 찾아 관람객과 대화를 나눌 예정이다. 최수영 씨는 “저희가 초청하지 못했는데도 감독님께서 직접 오시겠다고 해서 정말 고마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상영작은 모두 무료로 볼 수 있다. 예매는 타이니티켓(https://litt.ly/youngducksclub)에서 할 수 있으며, 상영 때 빈 좌석이 있으면 현장 입장도 가능하다. 상영 일정과 작품 소개는 영덕스클럽 인스타그램 계정(@youngducksclub)에 확인할 수 있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