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0월 경북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맞아 외국 정상들이 대거 부산에 투숙을 계획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경주에 숙소가 부족한 탓인데 교통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은 정상들의 이동 경로 확보와 경호에 경찰력 총동원을 예고하며 ‘비상 모드’에 돌입했다. 부산시도 APEC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경주와 연계한 관광상품 준비에 나섰다.
27일 외교 당국 등에 따르면 APEC에 참여하는 각국 정상들이 부산에서 투숙을 계획 중이다. APEC 21개국 중 최대 6개국이 부산에서 투숙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점쳐진다. 현재는 정상들이 묵을 숙소를 결정하기 위해 숙소 상태 등을 확인하는 막판 조율 작업이 한창이다. 정상들은 경주 APEC 회의장과 차량으로 약 1시간 거리인 부산 기장군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정상이 투숙할 숙소는 외교부를 통해 최종 결정된다.
최근 미중 정상이 경주 APEC에 참석할 가능성이 높이지면서 부산에서 숙박하는 정상들의 숫자가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5일(현지 시간) 백악관 오벌오피스에서 열린 한미 정상회담에서 APEC 정상회의에 참석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러길 바란다”고 답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APEC에 참석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북미 정상회담, 미중 정상회담도 성사될 수 있다. 정상회담이 성사될 경우 국제 행사 경험이 많은 부산의 역할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정상들이 부산을 찾는 까닭에는 경주의 숙소 부족 문제가 자리한다. 경주시는 100평 수준 최고급 호텔 객실 40여 개, 3~5성급 호텔 객실을 1만 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예상 수요를 감당하기에는 부족한 수준이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세계 각국 VIP 의전을 위해 크루즈선 2척을 확보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정상들의 부산 투숙이 기정사실화되자 경호를 담당하는 경찰에도 비상이 걸렸다. 당초 부산경찰청은 APEC이 열리는 경주에 경력을 지원할 예정이었으나 경찰 병력의 경주 파견을 최소화하고 부산 내 경호에 집중하는 것으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정상들이 경주까지 원거리 이동을 해야 하는 만큼 동선 확보가 중요해 부산경찰청 싸이카 30대를 모두 동원하고 교통경찰을 100% 가동할 예정이다.
경찰 관계자는 “숙소 안전 관리를 철저히 하기 위해 경찰력을 최대한 동원할 예정”이라며 “정상들이 묵는 숙소가 최종적으로 확정되면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해 경호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부산시는 부산을 찾는 각국 방문객들의 발걸음이 부산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관광상품을 준비 중이다. 일본과 동남아, 영어권 국가들을 타깃으로 부산과 경주의 랜드마크를 3박 4일에 걸쳐 투어하는 상품을 개발해 홍보에 나선다. 투어는 경주에서 동궁·월지와 불국사, 대릉원을 관광하고 부산에서는 감천마을, 송도케이블카, BIFF 광장, 오륙도, 해변열차, 해동용궁사, 동백섬, 해운대해수욕장을 관광하는 내용을 담았다.
김현재 부산시 관광마이스국장은 “부산을 찾는 해외 인사들이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책임감을 가지고 준비할 것”이라며 “국가 행사인 APEC을 통해 경주시와 부산시가 상생하며 관광 활성화 효과를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