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 번째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이 20일 앞으로 성큼 다가왔다. 9월 17일 시작하는 제30회 BIFF는 첫 경쟁 부문 도입이라는 새 이정표를 세우게 된다. BIFF는 지난 26일 부산과 서울에서 각각 기자회견을 갖고 올해 영화제의 방향성과 주요 프로그램을 소개했다. 이 자리에서 박광수 이사장의 첫 얘기도 바로 경쟁 부문의 도입이 가장 큰 변화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이번 영화제의 가장 큰 특징은 정한석 집행위원장의 표현대로 ‘역대급’이라고 할 정도로 많은 영화계 별이 부산을 찾을 것이라는 점이다.
∎박찬욱부터 델 토르까지 별들의 잔치
BIFF의 올해 공식 초청작은 241편으로 지난해보다 17편 늘었다. 커뮤니티비프 상영작 87편을 더하면 전체 상영작은 328편에 달한다. 이병헌의 단독 사회로 진행되는 개막식에서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가 상영된다. 이 작품은 27일(현지시간) 개막하는 제82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놓고 경쟁을 펼친다.
개막식에서는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이란의 자파르 파나히 감독)과 한국영화공로상(정지영 감독), 까멜리아상(대만의 감독이자 배우인 실비아 창) 시상도 함께 열린다.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그저 사고였을 뿐’으로 올해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으며 세계 3대 영화제 최고상을 석권한 최초의 아시아 감독이 됐다.
개막식부터 시작된 별들의 잔치는 열흘간의 영화제 기간 내내 이어진다. 우선 30주년 특별기획 ‘아시아영화의 결정적 순간들’을 통해 아시아의 거장과 스타들을 대거 만날 수 있다. 자파르 파나히를 비롯해 마르지예 메쉬키니, 지아장커, 차이밍량, 두기봉, 이창동, 박찬욱이 부산에 총출동한다. 와타나베 켄, 니시지마 히데토시, 오구리 슌, 양조위, 허광한, 세븐틴 멤버 준까지 레드카펫을 수놓을 배우들의 면면도 눈부시다.
베니스와 오스카를 석권한 멕시코 거장 기예르모 델 토로는 신작 ‘프랑켄슈타인’을 들고 첫 한국행 비행기에 오른다. ‘히트’(1995) ‘콜래트럴’(2004)로 잘 알려진 미국의 거장 마이클 만 감독도 마찬가지다. ‘아노라’(2024)로 올해 아카데미시상식 4관왕을 차지한 션 베이커 감독은 경쟁 부문 출품작 ‘왼손잡이 소녀’(쩌우스칭 감독)의 프로듀서 자격으로 내한한다.
이탈리아 거장 마르코 벨로키오와 프랑스 명배우 줄리엣 비노쉬는 특별기획 프로그램에 초청됐다. 봉준호, 매기 강, 강동원, 은희경, 손석희는 직접 선택한 영화를 소개하는 ‘까르뜨 블랑슈’를 통해 부산행에 합류한다.
BIFF 출범 주역인 김동호 전 집행위원장의 첫 장편 연출작 ‘미스터 김, 영화관에 가다’는 특별상영작 리스트에 이름을 올렸다. 한국인 첫 아카데미 수상자인 윤여정은 한국계 미국 영화감독인 앤드류 안의 ‘결혼 피로연’으로 부산에 온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직접 말하기 부끄럽다면서도 “이들을 한자리에서 만나는 것은 기념비적인 일”이라고 자평했다.
∎‘부산 어워드’ 트로피 첫 주인공은 누구
올해 BIFF의 가장 큰 변화는 단연 경쟁 부문 도입이다. 베를린, 칸, 베니스 같은 세계적 영화제가 모두 경쟁 부문 수상자를 배출하며 브랜드화에 성공했다. 부산도 이 흐름에 맞춰 영화를 상영하는 영화제에서 상까지 수여하는 브랜드 영화제로 업그레이드하려는 시도이다.
9월 26일 폐막식 현장에서 발표되는 부산 어워드 수상자는 대상과 감독상, 심상위원 특별상, 배우상, 예술공헌상 등 5개 부문에 걸쳐 선정된다. 배우상은 두 명으로, 첫 수상자와 작품에 총 6개의 트로피가 주어진다. 이들에게는 태국의 영화 감독이자 설치미술가인 아피찻퐁 위라세타쿤이 디자인한 트로피가 수여된다. 대상 수상작은 폐막작으로 상영된다.
부산 어워드는 ‘아시아의 시선으로 아시아 영화를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라는 목표를 정하고 첫 후보작품 모두 14편을 선정했다. 여기에는 장률(루오무의 황혼), 비묵티 자야순다라(스파이 스타) 등 공인된 거장의 신작부터 시가야 다이스케(고양이를 놓아줘), 한창록(충충충) 등 첫 장편 데뷔작을 낸 신예까지 포진돼 있다. 여성 감독의 작품은 여섯 편이다.
정한석 집행위원장은 “처음 해보는 것이라 우리도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해하다”라면서도 “이들 14편이 동시대 아시아 영화의 흐름, 비전, 경향, 시선 등을 보여주는 작품들”이라고 밝혔다. 박광수 이사장은 “한 번에 완성되지 않겠지만 시행하면서 보완하다 보면 계속 발전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제30회 부산국제영화제 전체 상영 시간표는 오는 29일 공개될 예정이다. 개폐막식 및 오픈시네마, 미드나잇 패션, 액터스 하우스, 커뮤니티비프 예매는 9월 5일 오후 2시, 일반 상영작 예매는 9월 9일 오후 2시 오픈할 계획이다.
김희돈 기자 happyi@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