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의 은퇴 교수들이 가진 전문지식은 여전히 가치가 크지만, 활용할 수 있는 장이 거의 없습니다. 이를 모아 지역사회와 기업, 청소년들에게 돌려주자는 취지에서 자문단을 꾸렸습니다. 봉사와 지식 공유를 통해 부산 과학기술의 허브 역할을 하고 싶습니다.”
부산과학기술자문단 장종욱 단장(동의대 컴퓨터공학과 교수)은 지난 6월 출범한 자문단의 설립 배경을 이렇게 설명했다. 은퇴 교수들의 전문성을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아쉬워하며, 이를 지역사회의 자산으로 되살리자는 뜻에서 조직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현재 자문단은 은퇴했거나 은퇴를 앞둔 이공계 교수 15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전문지식을 봉사와 컨설팅 형식으로 풀어내겠다는 의미를 담아 부산과학기술자문단이라는 이름을 정했다.
자문단은 지난 11일부터 13일까지 수영구민을 대상으로 인공지능(AI) 교육을 열었다. 모집 공고가 나가자마자 하루 만에 마감됐고, 수강 신청을 놓친 주민들의 문의 전화가 빗발쳤다. 정원을 늘려달라는 요청까지 이어졌지만 실습 교육 특성상 컴퓨터가 필요한 탓에 인원을 제한할 수밖에 없었다. 장 단장은 “생각보다 큰 호응에 저도 놀랐다”며 “특히 50~60대 주부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AI에 대한 관심이 예상보다 훨씬 높다는 걸 확인했다”고 말했다.
교육은 3일간 매일 3시간씩 총 9시간 과정으로 진행됐다. 참가자들은 프롬프트 작성법을 배운 뒤 직접 생성형 AI를 활용해 글쓰기, 그림·사진 제작, 음악·영상 만들기를 실습했다. 유튜브 숏츠 제작까지 경험해보며, 단순한 이론 강의가 아닌 ‘손에 잡히는 체험’으로 AI 활용법을 익혔다. 장 단장은 “이론만으로는 흥미를 잃기 쉽지만 실습을 곁들이니 참여자들이 금세 몰입했다”며 “배운 내용을 일상에 적용하려는 적극적인 태도가 인상적이었다”고 전했다.
AI 전문가인 장 단장은 부산이 당면한 과학기술 과제로 ‘피지컬 AI’(물리적 AI)를 꼽았다. 그는 “미국과 중국이 생성형 AI 분야를 선점한 상황에서 부산은 조선·기계·제조업 같은 전통 산업에 AI를 접목하는 전략을 세워야 한다”며 “울산은 이미 피지컬 AI에 속도를 내고 있다. 부산도 제조업 기반을 살려 이 방향으로 정책을 잡아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AI의 미래 전망에 대해서도 그는 경고와 기대를 동시에 전했다. 장 단장은 “반복적이고 규칙 기반의 직업은 인공지능이 더 빠르고 정확하게 대체할 수 있다. 기자, 변호사, 의사, 판사 등 전문직까지도 일부 업무는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2040년 전후로는 인공지능이 인간 지능을 넘어서는 특이점에 도달할 것이란 예측이 많다”며 “새로운 직업이 생기겠지만, 창의성과 감각을 필요로 하는 영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직무는 큰 변화를 맞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앞으로 자문단의 과제는 자립과 회원 확대다. 장 단장은 “현재는 후원금과 뜻있는 분들의 지원으로 출발했지만, 장기적으로는 자문단이 자체적으로 지속 가능한 구조를 갖춰야 한다. 더 많은 은퇴 교수들이 합류해 활동 범위를 넓히고, 지자체·기업과 협력을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역사회의 요청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자문단의 역할도 커질 것”이라며 “전문가들이 흩어지지 않고 모여 힘을 보탤 수 있는 플랫폼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상배 기자 sangba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