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시, 결국 백종원 ‘손절’… 먹거리 축제 주관사 바꿨다

입력 : 2025-08-28 13:27:58 수정 : 2025-08-28 17:4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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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 입찰 통해 엘지헬로비전 선정
평가위 “더본코리아 제안서 부실”
먹거리육성 사업도 백종원 지우기

지난해 11월 1일부터 3일까지 통영시 도남동 트라이애슬론광장에서 열린 통영어부장터에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통영시 제공 지난해 11월 1일부터 3일까지 통영시 도남동 트라이애슬론광장에서 열린 통영어부장터에 30만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것으로 집계됐다. 통영시 제공

경남 통영시가 유명 외식사업가 백종원 씨와 손잡고 선보인 ‘어부장터’ 주관사를 바꿨다.

어부장터는 백 씨가 기획한 수산 먹거리 축제로, 그가 대표로 있는 (주)더본코리아가 지난해 첫 이벤트를 주관했지만 허술한 사전 준비와 미숙한 현장 관리로 뭇매를 맞았다. 설상가상 잇단 구설로 백 대표를 향한 대중의 반감이 커지면서 올해 주관사 선정에서 탈락했다.

28일 통영시에 따르면 지난달 진행한 공개 입찰을 통해 ‘2025 통영어부장터축제’ 대행사로 종합유선방송사업자인 (주)엘지헬로비전이 선정됐다. 최종 계약 금액은 8억 700만 원. 행사 기획부터 홍보마케팅, 행사장 설치·운영까지 대행사가 전담하는 방식이다.

올해 축제는 10월 24일부터 26일까지 도남동 트라이애슬론광장에서 열린다. 통영시는 100억 원 이상의 낙수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이번 입찰에는 엘지헬로비전과 더본코리아 등 3곳이 참여했다. 통영시는 내부 평가위원회를 구성, 이들이 낸 제안서를 토대로 기술능력(90%)과 입찰가격(10%) 평가 결과를 종합해 엘지헬로비전을 낙점했다.

엘지헬로비전은 행사장 공간구성과 운영, 메뉴 개발, 홍보·안전대책 측면에서 높은 점수를 얻었다.

통영시 관계자는 “여론도 여론이지만, 비전문가가 봐도 경쟁사에 비해 더본코리아 제안서가 많이 부실했다”고 귀띔했다.

통영어부장터는 백 대표가 기획한 첫 수산물 축제로 세간의 이목을 끌었다. 작년 11월 1일부터 3일간 통영시 전체 인구의 3배에 달하는 30만 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그러나 부실한 준비와 허술한 현장 관리 탓에 방문객 사이에선 ‘역대 최악’이라는 혹평이 쏟아졌다.

당시 계속된 논란에도 ‘댓글 사과’로 버티던 백 대표는 뒤늦게 ‘사과 영상’을 올리며 진화에 나섰다. 안팎의 비판은 외면한 채 긍정적 효과만 부각하는 ‘자화자찬’으로 빈축을 산 통영시도 천영기 시장이 직접 영상에 등장해 고개를 숙였다.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통영어부장터 관련 사과 영상. 유튜브 캡처 더본코리아 백종원 대표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올린 통영어부장터 관련 사과 영상. 유튜브 캡처

그럼에도 통영시는 어부장터가 숙박과 요식업 등 침체한 지역 경제 활성화에 큰 도움이 됐다고 판단해 올해 축제 예산을 작년의 배가 넘는 12억 2200만 원으로 대폭 증액했다. 주관은 더본코리아에 맡기기로 했다.

그런데 이후 백 대표와 더본코리아가 각종 논란에 휩싸이면서 일이 꼬였다. ‘백종원 리스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여론이 들끓으면서, 가뜩이나 미울털이 박힌 더본코리아가 다시 주관사가 될 경우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통영시의회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고, 통영시는 공개 입찰로 선회하며 거리 두기에 나섰다.

어부장터를 시작으로 통영시의 백종원 흔적 지우기는 계속될 전망이다. 당장 백 대표와 함께 ‘제2의 예산시장’을 목표로 기획한 ‘먹거리 관광산업 육성’ 프로젝트부터 손본다.

통영시와 더본코리아는 지난해 4월 △외식산업개발원 설립 △큰발개 수산식품 특화 마을(로컬푸드 빌리지) 조성 △특산물 메뉴개발 및 외식업 컨설팅 등을 통한 인력양성과 창업지원을 골자로 하는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외식산업개발원은 더본코리아 자회사로 식품개발, 창업·외식산업 교육, 컨설팅을 수행한다. 지상 3층 연면적 1007㎡ 건물 신축에 53억 원을 책정했다.

큰발개 수산식품 특화마을은 통영시가 매입한 주택 48가구를 리모델링해 청년창업공간과 먹거리광장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핵심이다. 보상비를 포함한 총사업비는 231억 원이다.

통영시 관계자는 “일련의 사태 이후 최근 더본코리아 측도 이전만큼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면서 “전반적인 밑그림은 유지하되 함께 할 사업자는 제로베이스에서 검토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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