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자신이 보좌하는 국회의원에 대한 과잉 충성으로 같은 당 관계자를 의원 주변으로부터 강제로 끌어내 문제가 됐던 정연욱(부산 수영) 의원의 최측근 A 씨(부산일보 8월 20일 자 4면 보도)가 이번엔 구청 공무원을 대상으로 고압적 태도를 보였다는 ‘갑질’ 논란에 휩싸였다. 공식적인 직함조차 없는 A 씨는 앞서 “정 의원과 친분이 있을 뿐 어느 자리도 맡고 있지 않다”고 말했지만 지방선거를 9개월 앞둔 상황에서 구청 직원을 대상으로 ‘구청장 공천’까지 운운하며 언성을 높인 것으로 드러나 비선 실세 논란까지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조선민 부산시당 부대변인은 28일 논평에서 “최근 수영구 한 행사장에서 해당 측근은 의원의 인사말 순서에 대해 불만을 품고 공무원에게 고압적인 태도와 부적절한 언행을 보였다고 한다”며 “결국 ‘평소 지역 일을 도와주는’ 측근의 무리한 충성심이 당원에게는 폭력으로, 공무원에게는 압박과 폭언으로 이어진 것은 아닌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여기서 언급된 행사는 지난 14일 광안리 해수욕장에서 열린 2025 국제여자비치발리볼대회 개막식이다. 통상 행사 식순은 광역단체장 발언 이후 지역구 국회의원 순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이날은 박형준 부산시장이 불참, 손태욱 부산시 체육국장이 대독에 나섰는데 A 씨는 이를 지적했다. 행사 담당자인 구청 직원에게 대독 땐 국회의원이 먼저 발언에 해야 한다는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었던 여러 목격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A 씨는 단순한 항의가 아닌 마치 아랫사람을 꾸짖듯 고압적 태도와 고성으로 일관했고, 특히 이 과정에서 구청 직원의 상급자인 구청장 공천까지 거론했다. 이날 A 씨는 “당신네들이 대단하게 생각하는 구청장 공천권 쥔 게 우리 의원”이라며 “수영구민들이 보면 무슨 X망신이냐. 이게 유도리(융통성)가 발휘가 안 되느냐”라고까지 추궁했다.
A 씨는 앞서 지난 12일 해운대구 벡스코 내 카페에서 반갑다는 의미로 정 의원 등을 두드린 같은 당 관계자를 정 의원 앞에서 강제로 카페 밖으로 끌어내 논란이 된 바 있는 인물이다. 당시 정 의원은 A 씨와의 관계에 대해 "공식적인 직책은 맡고 있지 않으며 일을 서로 돕는 사이일 뿐"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공무원을 상대로 한 폭언 과정에서 지방선거를 앞두고 예민한 시기에 해당 직원의 상급자인 구청장의 공천을 거론할 정도이면, 평소 두 사람의 관계는 앞서 정 의원의 해명과 다르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지역 정치권 관계자는 “국회의원 보좌진 중 가장 높은 직급이 4급 보좌관인데, 보좌관도 이런 말을 기초단체장은 물론 기초의원한테도 함부로 꺼낼 수 없다”며 “특히 의원실이나 지역 사무실에 직을 두지 않고 있는 사람이 이런 말을 한다는 것은 두 사람의 관계를 미루어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고 말했다.
이에 지역 정계에서는 정 의원이 더이상 일련의 사태에 대해 침묵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부대변인은 “국회의원은 본인의 언행뿐만 아니라 곁에서 함께하는 보좌진의 행위에도 무거운 책임을 져야 한다”며 “민주당은 해당 의원이 더 이상 침묵하지 말고, 보좌관과 측근의 갑질 사태에 대해 분명한 입장을 밝힐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한편 정 의원은 입장문을 내고 "행사 의전 관련 논란은 수영구청이 주관한 행사가 아니었으며, 담당 공무원이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까지 했다. 강압적이거나 고압적인 태도는 없었으며 순서 또한 바뀌지 않았다"며 "파렴치한 정치공세”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여러 주변인들에 의해 고압적인 태도가 목격되었음에도 이를 부정하고, 또한 이러한 고압적인 태도에 의해 마지못해 사과한 공무원에게 모든 책임을 미루는 정 의원의 태도에 대해 또 다른 비판의 목소리까지 일고 있는 상황이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