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underbar!”(독일어로 '원더풀')
부산시립교향악단이 23일(현지 시간) 독일 베를린의 가을 밤에 커다란 환호성을 불러 일으켰다. 부산시향은 이날 베를린 필하모니 메인 오디토리엄에서 열린 ‘무직페스트 베를린(Musikfest Berlin) 2025’ 폐막 무대를 화려하게 장식했다.
부산시향은 유럽 최대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무직페스트 베를린의 메인 무대에 오른 첫 아시아권 오케스트라로 기록됐다. 2017년에 경기필하모닉이, 2022년엔 국립국악원이 이 축제에 참가했지만, 주 무대인 베를린 필하모니 메인 오디토리엄에 선 건 부산시향이 아시아 최초다.
이날 공연에는 1800여 명의 관객이 몰렸다. 특히 올해 팔순을 맞은 재독 작곡가 박영희 선생의 작품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도 박 선생의 ‘소리’와 ‘여인아, 왜 우느냐? 누구를 찾느냐?’ 연주였다. 부산시향은 자칫 어렵게 들릴 수 있는 현대음악을 작곡가의 의도대로 생생한 느낌을 살려 조율해 나갔다. 두 작품의 연주가 끝나자 임상범 주독일대사가 2층 좌석에 앉아있는 작곡가를 찾아가 직접 꽃다발을 전달했다. 이에 모든 관객들은 일제히 자리에서 일어나 3분 넘는 시간 동안 박 선생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부산시향은 1부 공연에서 박영희 선생의 작품을 슬픔과 고통으로 표현했고, 라벨의 ‘왼손을 위한 피아노 협주곡 D장조’를 재미 교포 2세 피아니스트 벤 킴과의 협연을 통해 들려줬다. 2부에서는 올리비에 메시앙의 ‘승천: 4개의 교향적 명상’을 연주해 앞선 곡들의 엄숙함을 한 차원 높은 수준으로 전개했다. 이어 시벨리우스의 교향곡 제7번으로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시향 홍석원 수석객원지휘자는 “작곡은 상상의 소리를 표현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베를린 필하모니 홀에서 박영희 선생의 음악적 메시지가 너무나 선명하고 깊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현지 관객 반응도 뜨거웠다. 부산 출신 김주혜 씨는 “이런 큰 축제의 폐막 연주에 부산시향이 초대된 것에 엄청난 자부심을 느낀다”고 말했다.
부산시향은 25일 뮌헨 헤라클레스홀에서 열리는 ‘뮌헨 BR 무지카 비바’ 축제 2025~2026 시즌 개막 공연에서 ‘Zu Gast aus Korea’(한국에서 온 손님)라는 제목으로 다시 무대에 오른다.
베를린(독일)=박석호 기자 psh21@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