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쿠팡 물류창고 들어선 뒤 도로가…” 도마 위 오른 김해시 행정

입력 : 2025-10-10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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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공단 인근 물류센터 준공 후 체증 가중
왕복 2차선 도로에 진출입로 달랑 1곳뿐
출근시간마다 승용차에 물류차량 뒤엉켜
대체도로 없어 사고 많은 공단 노동자 불안

지난해 10월 경남 김해시 안동공단에 대형 물류센터가 문을 열면서 출근 시간대 물류센터와 접한 왕복 2차선 도로의 체증이 더욱 심해져 공단 내 업체 근로자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이경민 기자 지난해 10월 경남 김해시 안동공단에 대형 물류센터가 문을 열면서 출근 시간대 물류센터와 접한 왕복 2차선 도로의 체증이 더욱 심해져 공단 내 업체 근로자들의 불편이 가중됐다. 이경민 기자

“공단에 쿠팡 물류센터가 들어오면서 교통체증이 훨씬 더 심해졌어요.”

“좁은 도로 그대로 두고 물류센터만 세웠으니 누구나 예상한 일 아닙니까?”

김해시 안동공단 인근에서 만난 근로자 A(50) 씨가 <부산일보> 취재진에 전한 말이다. 연휴 직전까지도 출근시간 안동공단 내 2차선 왕복 도로는 직원 차량과 자재 차량, 물류센터 진출입 차량, 도보 통근자들이 뒤엉켜 아수라장을 방불케 했다.

도보로 출근하는 근로자도 아침부터 짜증이 나는 것은 마찬가지다. 인근 제조업체에 근무하는 B(32) 씨는 “인도가 없는 구간이 있고 큰 차들이 늘어 너무 위험하다”며 “공장이 밀집해 사고도 날 수 있는데 그러면 구조차가 진입하기도 어려울 것”이라고 걱정했다.

교통체증과 안전 문제 등이 불거진 도로는 김해대로 2635번길이다. 부산김해경전철 김해대학역에서 농협 김해동지점까지 이어지는 800여 m 구간은 ‘마의 구간’에 속한다.

지난해 10월 이곳에 쿠팡이 대형 물류센터를 세웠지만, 김해시는 기존 왕복 2차선(폭 10~12m) 도로를 그대로 유지했다.

김해대로 2635번길과 접한 2만 5307㎡ 부지에 지상 8층 규모로 세워진 물류창고는 한꺼번에 차량 350여 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 등을 갖췄다. 하지만 이 정도 규모의 물류차량이 드나들고 있지만 센터 진출입로는 김해대로와 접한 1곳 뿐이다.

김해시는 ‘행정 절차상 문제가 없었다’라는 입장이다. 지난 2021년 교통영향평가 심의와 건축허가를 얻은 사안이라는 것이다.

김해시 교통혁신과 관계자는 “물류센터 허가가 날 무렵 사업지 인근에서 민원이 매우 발생했다”며 “인도가 단절된 곳이 사유지라서 확보하지 못했지만, 할 수 있는 민원 조치는 다 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교통영향평가는 해당 사업의 시행으로 발생하는 교통량과 교통의 흐름 변화, 교통안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고 예측하는 것이지 향후 사고 대응 대책 등은 심의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해시는 주민 민원을 별도로 접수해 차량 진입 감속차로 확보, 진출입로 앞 반사경과 불법주정차 카메라 설치 등 교통개선 대책을 수립해 놓았다고 설명했다.


경남 김해시 안동공단 내 들어선 대형 물류센터의 진출입로가 폭 10~12m 좁은 도로와 접한 곳에 설치돼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과 종종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경민 기자 경남 김해시 안동공단 내 들어선 대형 물류센터의 진출입로가 폭 10~12m 좁은 도로와 접한 곳에 설치돼 도로를 오가는 차량들과 종종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한다. 이경민 기자

적법한 절차를 거친 교통 행정이었다는 김해시의 답변은 당장 출퇴근 시간 현장에만 가봐도 무색해진다.

굴지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주문된 물량을 실은 대형 트럭들이 1곳 뿐 좁은 진출입로를 드나들며 연신 아슬아슬한 장면을 연출한다. 지난달 26일 오전에도 물류센터에서 나온 트럭이 왕복 2차로로 접어들면서 반대 차선을 침범해 한동안 아수라장이 펼쳐졌다.

연이어 물류센터에서 내려온 트럭 두 대가 동시에 서로 다른 방향으로 진출하는 바람에 도로를 주행 중인 공단 차량과 뒤엉키기도 했다.

종종 엉키는 교통 흐름을 틈타 승용차와 트럭 사이를 도보로 출퇴근 하는 공단 근로자가 무단횡단으로 비집고 드나들기 일쑤다. 대형 물류트럭으로 곳곳에서 시야가 차단되어 있지만 그 사이로 도보 출근자와 출근 차량이 곡예를 펼치고 있는 셈이다.

안동공단이 계획 산단이 아니어서 기존에도 매끄럽지 못한 교통 흐름으로 악명 높던 곳이다. 공장과 공장 사이 난 작은 도로들도 대부분 공장 법인 소유로 다른 도로와 연결되지 않고 폐쇄된 곳이 많아 골칫거리로 꼽힌다.

애초에 대형 물류센터가 들어서면 안 될 곳에 들어섰다는 뒷말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이미 들어선 공장들로 도로 확장도 어렵다는 반응 일색이어서 물류센터의 교통영향평가는 더 신중해야 했지만 그렇지 못했다는 비난이 쏟아진다.

익명을 요구한 한 행정기관 관계자는 공단 내 교통 흐름을 막고 있는 법인 도로를 사들이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물류센터가 가동을 시작한 현시점에서는 중간에 뚝뚝 끊어진 공장 도로를 시가 사들여 통과도로로 활용해 흐름이라도 원활하게 해주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라며 “대부분 주차장으로 사용되는 도로부지가 시 소유가 되면 주차 단속도 가능해지고 우회도로가 만들어지면서 교통 환경이 나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이경민 기자 mi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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