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당신 노벨상이래"…20시간 연락두절 수상자, 어디서 뭐했기에

입력 : 2025-10-09 08:1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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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레드 램즈델. 로이터연합뉴스 2025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은 프레드 램즈델. 로이터연합뉴스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공동수상자로 선정됐으나 한동안 연락이 두절됐던 미국의 면역학자 프레드 램즈델(Fred Ramsdell·65)이 휴대전화기를 '비행기 모드'로 해 두고 로키산맥 여행을 하느라 연락을 받지 못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8일(현지시각)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램즈델은 지난달부터 3주간 아내 로라 오닐과 함께 반려견 두 마리를 데리고 로키산맥 일대 아이다호주, 와이오밍주, 몬태나주의 산악지대에서 캠핑과 하이킹을 하고 있었다.

램즈델은 직장에서 관절염, 크론병 같은 자가면역 질환을 연구할 때를 빼고는 자연 속에서 세상과 완전히 단절돼 지내길 좋아했다. 노벨상 수상자로 호명될 때도 그랬다.

램즈델의 아내가 지난 6일(현지시각) 오후 통화 가능 지역으로 들어왔을 때는 여행을 마무리할 무렵이었다. 아내는 "당신이 노벨상을 받았다"며 갑자기 소리를 질렀고 노벨상을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램즈델은 그 순간 "아내가 회색곰을 본 줄 알았다"고 회상했다.

램즈델은 "당신이 받았다는 문자만 200통이나 와 있다"는 아내의 말을 듣고 나서야 수상 사실을 믿었다고 한다.

램즈델은 이날도 전화를 '비행기 모드'로 해 둔 상태였기 때문에 새벽 2시부터 노벨위원회 측에서 수상 소식을 알리려는 전화가 여러 차례 걸려왔으나 받지 못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아차렸다.

수상자 발표 후 한동안 램즈델의 연락두절 상태가 지속되자, 그의 소속 기관인 샌프란시스코 소재 소노마 바이오테라퓨틱스의 공보담당자는 램즈델에게 아직 노벨상 소식을 전하지 못했다며 "그가 전기, 통신이 연결되지 않은 곳으로 하이킹을 떠나 최고의 삶을 즐기고 있다"고 기자들에게 설명해둔 상태였다.

램즈델은 캠핑장에서 토마스 페를만 노벨 위원회 사무총장에게 전화를 걸었지만, 당시 스웨덴은 깊은 밤이어서 연결이 되지는 않았다.

램즈델 부부가 6일 밤에 몬태나주 리빙스턴에 있는 숙박업소에 도착하고 나서야 잠에서 깨어난 페를만 사무총장과 램즈델 사이의 통화가 이뤄졌다.

스웨덴 시간으로는 7일 오전 6시 15분이었고, 페를만 사무총장이 통화를 처음으로 시도했던 때로부터는 20시간이 지난 후였다.

램즈델은 "상을 받게 돼 감사하고 겸허한 마음"이라며 "연구를 인정받아 기쁘고, 이 기쁨을 동료들과 나누고 싶다"고 소감을 전했다.

램즈델은 일본인 학자 사카구치 시몬과 또 다른 미국인 학자 메리 E. 브렁코와 함께 릴레이식으로 업적을 쌓아 인간 면역체계의 경비병 역할을 하는 '조절 T세포'의 비밀을 밝혀냈으며 이를 높이 평가 받아 올해 노벨 의학상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박정미 부산닷컴기자 likepe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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