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거제시에 조성될 국내 1호 ‘기업혁신파크’가 마침내 본궤도에 오른다. 국내 최대 포털 서비스 기업 ‘네이버’의 핵심 계열사가 프로젝트를 주도할 ‘앵커기업’으로 참여한다. 계획대로라면 내년 상반기 정부 승인을 받아 첫 삽을 뜰 수 있다.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조선 도시’ 거제를 첨단 IT·디지털 산업 거점으로 발돋움시키는 마중물이 될지 주목된다.
2일 거제시에 따르면 네이버 클라우드(주)는 전날 기업혁신파크 민간사업자인 그란크루세 혁신파크 컨소시엄과 투자확약서(LOC)를 체결하고 사업 참여를 확정했다.
LOC는 투자 규모와 조건 등을 구체화한 문서로 법적 구속력을 갖는다. 네이버 클라우드 참여로 답보상태인 기업혁신파크 조성에도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모회사인 네이버의 인공지능(AI) 사업을 전담하는 자회사로 국내 최대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플랫폼으로 손꼽힌다. 거제시는 참여기업과 토지이용계획이 확정되는 12월께 국토교통부에 통합개발계획을 신청할 계획이다.
변광용 거제시장은 “네이버 참여는 AI-시티 조성의 신호탄일 뿐 아니라, 거제시가 국가 균형발전의 새로운 이정표를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면서 “기업의 원활한 투자 추진과 지역 산업, 관광 발전을 위한 행정·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기업혁신파크는 ‘기업도시개발 특별법’을 근거로 산업과 관광, 주거와 교육 등 자족 기능이 복합된 혁신 공간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정부는 기존 기업도시 지원 혜택에다 △개발 면적 50% 이상 소유 시 토지수용권 부여 △주 진입도로 설치비 50% 지원 △법인세 감면(사업 시행자 3년 50%, 2년 25%, 신설·창업 기업 3년 100%, 2년 50%) △국·공유재산 임대료 20% 감면 △유치원·대학교 외국교육기관 설립 허용 △건축 특례(건폐율·용적률 국토계획법 1.5배)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제공한다.
거제시는 지난해 2월 국토교통부 선도사업 공모에서 그란크루세과 공동 제안자로 참여 1호 사업 대상지로 선정됐다. 조성 예정지는 가덕신공항, 부산·진해신항과 인접한 장목면 구영리·송진포리 일원 171만㎡다. 의료·바이오, 정보통신기술, 문화예술 등 3대 산업 중심 기업도시를 밑그림으로 그렸다. 추정 사업비는 1조 5000억 원이다.
거제시와 경남도는 늦어도 올해 1분기 중 개발·실시계획을 통합한 사업계획안을 마련해 국토부에 승인을 신청할 계획이었다. 이어 2026년 첫 삽을 떠 2030년까지 상부 주요시설 설치를 완료해 운영에 들어가기로 했다. 계획대로라면 2조 5000억 원 생산유발에 1조 원 부가가치 유발, 1만 6000여 명 고용 효과, 연 450만 명 관광객 유치도 가능하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정작 구심점이 될 앵커기업이 없어 하세월했다. 정부 재정 지원이 전무해 조 단위 자금을 오롯이 기업이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변광용 시장은 지난 5월, 경기도 성남시에 있는 네이버 클라우드 본사를 찾아 투자 유치와 상호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변 시장은 이 자리에서 기업혁신파크 비전과 추진 현황을 설명하고 규제 특례, 세제 혜택 등 파격적인 투자 인센티브와 전방위적 행정지원 약속했었다.
거제시는 네이버 클라우드를 시작으로 국내외 유망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유치 활동을 펼쳐 기업혁신파크를 IT와 디지털 산업 핵심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현재까지 43개 유망 기업과 MOU를 체결했다. 이를 토대로 연내 국토부에 통합개발계획을 신청, 내년 상반기 승인받아 착공하는 게 목표다. 통합개발계획은 관계 기관장 협의와 환경·교통·재해 등 각종 영향평가, 주민·전문가 공청회를 거쳐 국토부 도시개발위원회 심의에서 확정된다.
거제시 관계자는 “기업 활동에 적합한 최적의 인프라와 워라밸을 중시하는 정주 여건을 모두 만족시키는 미래형 혁신 공간으로 구상 중”이라며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혁신 성장 거점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