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읽기] 어느 '냉면주의자'의 음식사 추적

입력 : 2025-10-16 15:30:44 수정 : 2025-10-16 15:3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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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책 <냉면의 역사>
한문학자 강명관 신작

신간 <냉면의 역사>. 푸른역사 제공 신간 <냉면의 역사>. 푸른역사 제공

방대한 한문 텍스트를 뒤져내 독특하면서도 굵직한 저작을 내온 한문학자 강명관의 신작이다. 부산대 한문학과 명예교수이기도 한 저자는 스스로를 ‘냉면주의자’라 칭할 정도로 냉면에 진심이다. 그런 진심을 꾹꾹 눌러 담아 쓴 <냉면의 역사>는 냉면의 정의에서부터 시작한다. 저자에 따르면 ‘국수틀을 눌러 뽑아 만든 메밀국수를 동치밋국에 말아 김치(무와 배추)를 얹고 거기에 돼지고기 편육을 올려서 만든 차가운 국수’가 냉면이다.

한국음식사에서 ‘냉면’이라는 낱말이 처음 등장한 건 언제일까? 이문건의 <묵재일기> 속 1558년 4월 20일 자 일기에 이런 기록이 나온다. ‘낮잠을 자다가 깨어 곧 냉면을 먹었더니 발바닥이 차가워졌다.’ 18세기 말 평양 성내를 그린 지도에서는 '냉면가'라고 쓴 글씨를 찾아볼 수 있다. 당시에 벌써 평양에 냉면을 파는 음식점이 있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유원의 <임하필기>는 왕들도 냉면을 좋아했다는 사실을 확인시켜 준다. 순조가 냉면을 사 먹은 이야기가 나오는가 하면, 철종이 '칠석날 냉면과 전복을 너무 많이 드시어 급체 증상이 있었다'는 구절도 찾아볼 수 있다.

옛 신문 기사를 통해 냉면에 식초와 겨자를 쳐 먹는 것은 맛이 아니라 위생 때문이었다는 점도 상기시킨다. 1938년 9월 콜레라가 번지고 있는 상황에서 <동아일보>는 이런 계몽 기사를 썼다. ‘특히 평양 명물 냉면도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데 이 외 음식을 일조에 금지시키기는 지난하여 초를 많이 쳐서 먹도록 권고 중이다.’

이 밖에도 저자는 1925년 평양에서 105명의 면옥 노동자가 참여한 최초의 노조가 결성됐고, 임금 인상을 요구하며 208명이 파업을 시작했다는 역사까지 촘촘하게 추적해 낸다. 강명관 지음/푸른역사/404쪽/2만 8000원.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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