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신 독재 종식의 도화선이 된 부마민주항쟁 기념식을 찾은 여야 정치권이 한목소리로 희생자들의 뜻을 기리며 민주주의 수호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양측은 민주주의 위협 요인으로 각각 ‘계엄과 내란’, ‘입법 독재’을 언급하며 정치적 신경전을 이어갔다.
김민석 국무총리는 16일 경남 창원 3·15아트센터에서 열린 제46주년 기념식 기념사에서 “부마민주항쟁은 우리에게 불의한 정권, 불법적인 권력은 국민의 힘으로 바꿀 수 있다는 분명한 교훈을 남겼다”면서 “부마에서 타오른 불굴의 용기와 의기는 2025년 빛의 혁명으로 이어졌다”고 말했다. 김 총리는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이 계속되고 있다. 대한민국도 지난해 12월 반헌법적 계엄과 내란으로 굳건히 지켜왔던 민주주의가 한순간에 흔들렸다”고 돌아보면서 “민주주의는 완성된 제도가 아니라 끊임없는 노력과 실천의 과정이다. (이것이) 우리가 부마의 정신을 기리고 기억하고 계승, 발전시켜 나가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도 정부는 부마민주항쟁의 역사적 가치와 정신이 후대에 이어지도록 항쟁의 진실을 규명하고 군부에 짓밟혔던 시민들의 명예를 회복하는 데 필요한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약속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경남 지역 의원들도 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장 대표는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부마항쟁 기념식에서)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면서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많은 분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것인데 지금 다시 대한민국이 입법독재 국가로 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 여러 가지 무거운 마음이 들었다”고 정부·여당을 겨냥했다. 장 대표는 기념식 뒤 찾은 창원의 한 중견 기업 전기타 배터리 공장에서도 “이재명 정권의 관세 협상이 거의 실패에 가깝다. 지난 8월 한 달간 미국 고관세를 못 버티고 쓰러진 자동차부품, 철강, 알루미늄 중소기업이 133곳에 달한다”면서 “대한민국 산업 생태계가 뿌리째 흔들리고 있는 상황인데, 정부는 사실상 손 놓는 것처럼 보인다”고 날 선 비판을 이어갔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