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8일 부산과 전남 목포에 비보가 날아들었다. 이날 대학 간 통합을 통한 ‘1국 1해양대’라는 비전으로 교육부의 ‘글로컬대학30’ 사업에 도전한 국립한국해양대와 국립목포해양대가 탈락의 고배를 마신 게다. 두 대학이 글로컬대에 선정돼 5년간 국비 1000억 원을 지원받아 학교를 살리며 해양산업이 발달한 부산·목포 지역과 동반 성장하려고 한 야심찬 꿈은 무산됐다. 두 대학이 통합해 우리나라 해양산업 발전과 해양강국 실현에 필수적인 해양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세계 최고 수준의 해양 특화 교육기관으로 거듭나길 바란 지역사회와 해양업계의 기대 역시 물거품이 되고 말았다.
지역을 뛰어넘는 초광역권 통합이란 획기적인 발상으로 글로벌 대학으로 성장하려던 한국해양대와 목포해양대의 충격적인 탈락은 매우 유감스럽다. 두 해양대가 글로컬대에 뽑히지 못한 주된 원인이 해양에 대한 인식 부족에 있는 까닭이다. 무역으로 먹고사는 한국의 수출입 화물 99%를 담당하고 수산 식량자원 생산을 책임진 해양산업의 중요성이 간과돼 해양이 홀대받은 사례는 2017년 한진해운 파산 방치 등 차고 넘친다.
교육부가 한국·목포해양대 통합 발전 계획안을 외면한 처사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와 모순된다는 점에서 더더욱 문제다. 정부는 교육부의 최근 글로컬대 발표에 훨씬 앞서 ‘북극항로 시대를 주도하는 K해양강국 건설’을 123대 국정과제의 하나로 확정했다. 이를 위해 부산을 북극항로 거점 항만으로 만들고 해양수도로 키우겠다며 연내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서두르고 있다. 바다 현장에 밀착한 해수부가 주축이 돼 해양 인프라가 풍부한 부산을 기반으로 새로운 해양영토가 될 북극항로를 개척해 지역균형발전을 꾀하고 해양부국으로 도약하겠다는 목적에서다.
하지만 해운업계에 따르면 북극항로 시대가 가시화할 오는 2032년께 우리나라 해기사 인력은 수요 대비 약 8600명이 모자랄 것이란 전망이다. 글로벌 해양 인재 육성을 내세운 한국·목포해양대의 글로컬대 도전에 주변의 기대가 컸던 이유다. 결국 교육부의 이번 결정은 해양 분야 국정과제와는 엇박자를 내며 해수부의 세부 사업 추진에 찬물을 끼얹은 셈이다. 대통령 직속 지방시대위원회도 지난달 30일 또 다른 국정과제인 ‘5극 3특 국가 균형성장 전략’에 북극항로와 연계한 해양수도권 건설을 포함하지 않아 부산시민과 해양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이같이 해양과 관련한 국정과제나 국가 정책들이 서로 조율되지 않고 배치되면서 원활하고 실효적인 추진이 어려워질 우려를 낳는다. 국가의 다양한 해양정책을 통할하며 조율할 힘 있는 조직인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원회(가칭) 신설의 필요성을 잘 보여주는 대목이다. 사실 이 기구를 설립하자는 요구는 오래전부터 부산을 중심으로 이어져 왔다. 연간 예산이 전체 정부 예산의 1%에 불과한 7조 원대에 그치는 미니 중앙부처인 해수부의 낮은 위상과 해운·항만·수산 기능으로는 국정과제 추진에 제약이 많기 때문이다. 실질적인 해양강국 구현은커녕 국제 해양 경쟁력 강화조차 버거울 정도다.
이는 현재 북극항로와 연계한 조선 및 해양플랜트(산업통상자원부 소관), 해운업에 기반한 국제물류(국토교통부), 해양기후(기후에너지환경부), 해양관광·레저(문화체육관광부) 등의 해양업무가 여러 부처에 산재한 탓이다. 부처 이기주의 없이 유기적이고 신속한 협조체계가 마련되지 않으면 업무 효율성 극대화나 시너지 효과 창출은 요원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도 정부·여당은 크고 작은 해양업무의 일원화를 위해 해수부 기능 확대와 위상 강화를 촉구하는 목소리에 귀를 닫는 모양새여서 답답한 노릇이다.
해수부의 한계를 극복하고 각종 정책 간 엇박자를 방지하려면 국가의 모든 해양업무를 통합적으로 관리하며 효과적으로 조율하는 강력한 컨트롤타워 설립이 시급하다. 더욱이 이재명 정부의 지상과제로 떠오른 북극항로 개척은 정책이 일관돼야만 하는 데다 전 부처의 적극적인 공조가 절실한 사안이 아닌가. 러시아를 비롯한 북극해 연안국들과의 협력, 북극 기후 데이터 축적, 국제 해양법 검토 같은 북극항로 준비에는 해양산업은 물론 외교·안보·법무·과학기술·환경 분야까지 총력전이 요구된다.
15일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의 해수부 국감에서 전재수 해수부 장관은 북극항로 시대에 대비하고 부산 중심의 해양수도권을 육성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수도권 일극체제를 타파할 지역균형발전 그리고 새로운 먹거리 창출과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포기할 수 없는 미래다. 정부 부처 간 칸막이를 허물고 흩어진 해양 역량을 결집해 범정부적으로 일사불란하게 추진할 때 성공의 길이 열릴 것이다. 숙명적인 국가 과제에 직면한 지금이 대통령 직속 국가해양위를 가동해야 할 시점이다.
강병균 대기자 kb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