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방한 직전 미사일 쏜 김정은… ‘깜짝 회동’ 물 건너 간 듯

입력 : 2025-10-29 15:3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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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지난 28일 서해 순항미사일 발사
트럼프 방한 앞두고 경고성 메시지 해석
이재명 “김정은, 트럼프 뜻 이해 못해…회동 불발 유감”

북한 미사일총국은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 미사일총국은 28일 서해 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순항미사일 시험 발사를 진행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9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북한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연이은 회담 제안에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로 맞대응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이 감돌던 북미 관계는 다시 냉각 국면에 접어들었고,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회동이 무산될 가능성도 커지는 모습이다.

조선중앙통신은 “28일 서해상에서 해상 대 지상(함대지) 전략 순항미사일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29일 보도했다. 통신은 미사일이 약 2시간 10분(7800여 초) 동안 비행해 목표물을 명중했다고 전하며, 낮은 고도 비행으로 한·미의 미사일 탐지를 회피하는 능력을 과시했다고 밝혔다. 또 함정에서 지상 표적을 타격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배에서 지상을 향한 공격을 언급한 것은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겨냥한 ‘간접적 경고’로 풀이된다.

시험발사에는 북한군 서열 2위인 박정천 당 중앙군사위원회 부위원장이 참관했다. 그는 “핵무력을 실용화하는 데 중요한 성과”라며 “핵 전투태세를 부단히 벼리는 것(준비하는 것)은 우리의 책임적 사명이고 본분”이라고 말했다. 이번 발사가 ‘핵무력 강화 시위’임을 분명히 한 셈이다.

북한은 앞서 지난 22일에도 평양에서 약 430km 떨어진 거리에 극초음속 단거리탄도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평양에서 경주까지 직선거리가 약 450km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최근 두 차례 도발은 APEC 정상회의를 염두에 둔 ‘정치적 메시지’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의 ‘긴급 회동’이 거론되는 있는 상황에서 북한이 잇따라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북미 대화 제안에 대한 사실상의 ‘거부 신호’로 해석된다. 현재로서는 러시아·중국과의 협력 강화를 우선시하며 의도적으로 긴장을 높여 트럼프 대통령의 대화 추진 의지를 약화시키려는 계산으로 보인다. 하지만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김여정 당 부부장이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전문가들은 북한이 아직 북미 회동 여부에 대한 최종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아시아 순방 중 김 위원장과의 회동 의사를 재차 밝히며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지칭하고 제재 완화 가능성도 시사했다. 북한은 이를 협상 카드로 인식하고 긴장을 고조시키며 트럼프 대통령의 태도를 시험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트럼프 대통령의 잇단 러브콜에도 북미 정상회담은 불발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은 29일 오후 트럼프 대통령과의 두 번째 정상회담을 앞두고 “아직까지는 김정은 위원장님이 (트럼프) 대통령님의 진정한 내심의 뜻을 잘 수용을 못하고 이해 못한 상태여서 불발되긴 했지만, 이것도 또 하나의 씨앗이 돼 한반도에 거대한 평화의 물결을 만드는 단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아시아 순방을 계기로 거론됐던 북미 정상회담 가능성이 결국 무산됐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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