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양과학기술원은 군대와 비슷합니다. 전쟁 나면 안 되죠. 전쟁을 없애려면 실력을 갖춰야 하듯, 우리는 필요할 때 내놓을 과학 데이터를 쌓는 게 임무입니다.”
부산 영도구 해양클러스터에 본원을 둔 한국해양과학기술원(KIOST) 이희승 원장은 지난달 26일 해양CEO아카데미 강연자로 나서 이렇게 말했다. 52년 역사의 국가 해양기관이자 정부출연연구기관인 KIOST가 감당해야 할 역할을 ‘국방’에 빗댄 설명이다.
이 원장은 KIOST의 존재 이유를 독도·동해 영유권 논쟁, 후쿠시마 오염수 유입, 기후변화 대응 등 국가 현안과 직결된다고 봤다. 그는 “2년 전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가 터졌을 때, KIOST 직원들은 이미 10년치 데이터를 갖고 있었다”며 “국민들이 불안에 떨지 않도록 오래 축적된 데이터로 과학적으로 설명해 안심시키는 역할을 했다”고 밝혔다. 이어 “소금에 방사능이 있다며 소금값이 폭등했던 그때, 우리가 쌓은 데이터가 국민 불안을 진정시켰다”고 덧붙였다.
가장 큰 고민은 인재 유치다. 이 원장은 “부산대·경성대 학생들은 KIOST 존재조차 모른다”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현재 750명 규모인 KIOST는 매년 30~40명씩 신규 직원을 채용하는데, 80% 이상이 부산·경남 출신이라고 그는 소개했다. 그는 “해양과학이 미래 먹거리인데, 학생들에게 ‘진취적인 자녀나 조카들이 있으면 KIOST를 추천해달라’고 부탁하고 다닌다”고 말했다.
KIOST는 국내 유일 6000m급 심해 무인잠수정 ‘해미래’로 열수 분출구를 탐사하고 있다. 이 원장은 “수심 2500m 아래서 350도 물이 솟는 열수 분출구는 태양 없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공간”이라며 “땅속 금속을 끌어올리는 초임계수는 광물자원의 보고”라고 설명했다. KIOST는 2021년 인도양에서 온나래 열수 분출구를 처음 발견하기도 했다.
기후변화 대응은 KIOST의 핵심 사업. 이 원장은 “우리나라 1인당 연간 탄소배출량이 OECD 평균의 1.4배에 이른다”며 “탄소중립은 사실, 좀 불편한 삶을 감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휘발유 1L 를 태우면 이산화탄소 2.3kg이 배출되고, 1인당 연간 6~9t을 배출한다”며 “산업화 이전보다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섭씨 2도 이내로 막아내자는 파리협약 목표는 이미 1.5도를 넘겨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KIOST는 해양기후예측센터를 운영하며 0.5도 추가 상승을 막기 위한 데이터를 축적 중이다.
미래 과제로는 심해 거주 플랫폼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울산 앞바다 수심 30m에 데이터센터와 인간 거주 공간을 만들어 5년 내 3명이 30일간 생활하는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라며 “데이터센터 냉각 비용만 해도 운영비의 40%인데, 바닷속에 넣으면 에너지 절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바다 속에 사령부를 만들 듯 지속가능한 연구 기지를 건설하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이호진 기자 jiny@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