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건강보험은 대한민국 보건의료의 근간이며, 사회적 연대와 형평성의 상징이다. 국민이 낸 보험료로 의료기관과 가입자를 지원하는 이 제도는 국가 복지의 핵심 인프라로서 지난 수 십년간 국민의 건강권을 지탱해왔다. 그러나 최근 급증하는 보험 재정 누수와 부정수급 사례는 제도의 근본을 흔들고 있다. 건강보험 재정이 새어 나간다면 결국 그 부담은 성실히 보험료를 납부하는 국민 모두에게 돌아간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에 특별사법경찰권(특사경)을 부여하자는 논의는 결코 과한 요구가 아니다. 오히려, 건강보험 재정 유출을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이자 시대적 요청이라 할 수 있다. 특별사법경찰 도입에 관련하여 일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를 낸다. 공단에 수사권이 부여되면 행정기관이 사법 영역에 과도하게 개입할 수 있으며, 특정 사안에 대해 자의적 판단이나 권한 남용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또한 기존 수사체계를 흔들 수 있다는 지적도 존재한다. 이미 수사기관이 있는데 왜 또 다른 수사권을 만들 필요가 있느냐는 비판은 대단히 그럴듯하게 들리나, 이러한 우려는 공단의 특수성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공단이 맡고 있는 불법개설기관 대응 업무는 일반 행정조사 수준에 머물러 왔다. 그러나 실제 현장에서는 사무장 병원, 면허 대여 약국의 치밀한 범죄 양상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사안은 단순 행정조사만으로는 실체를 밝히기 어렵다. 수사 초기 단계에서 증거 확보가 지연되면 핵심 자료가 은폐되거나 삭제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결국 공단은 의심정황을 경찰에 통보하는 수준에 그치게 되고, 그 사이 부정행위자는 거액의 부당이득을 챙겨 잠적한다.
바로 이 지점에서 특사경의 의미가 존재한다. 특사경은 기존 수사체계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현장 전문성과 신속성을 보완하는 보조적 수단이다. 이미 일부 기관에서도 한정적인 특사경 제도를 운영 중이며, 실효성도 입증되고 있다. 국민건강보험의 경우 특히 막대한 재정과 다양한 기관이 얽혀 있어, 이를 관리·감독할 합리적 수단이 절실하다.
공단 특사경이 도입되면, 현장 중심의 신속한 조사체계 확립과 더불어 불법 의료기관의 사전 차단 효과가 기대된다. 또한 수사권 행사에 대한 법적 절차와 감독 시스템을 엄격히 설계하면, 수사권 남용의 우려도 충분히 통제 가능하다. 궁극적으로 이 제도의 목표는 ‘수사권 확보’가 아니라 국민이 낸 건강보험료의 가치를 보호하는 것이다. 공정한 의료질서 확립, 선량한 의료기관의 피해 예방, 그리고 성실납부자의 권익 보장은 이러한 제도적 장치를 통해서 완성될 수 있다.
특사경 도입 여부는 단순한 제도 개선의 문제가 아니다. 그것은 모든 국민의 건강보험료를 어떻게 지킬 것인가, 공공의 정의를 어디까지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국가적 선택이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다’는 속담이 있다. 이 같은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는 공단이 스스로의 책임 아래 신속히 움직일 수 있는 법적 기반이 필요하다. 이는 특정 기관의 권한 강화가 아닌, 건강보험제도의 신뢰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장치이다.
이제는 ‘누가 수사할 것인가’라는 형식의 논쟁을 넘어, ‘어떻게 국민의 재정을 가장 효율적으로 지킬 것인가’에 답해야 할 때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특별사법경찰의 도입은 그 답을 향한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