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읽기]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

입력 : 2026-01-29 17:32:37 수정 : 2026-01-29 17:34:40
페이스북 페이스북 카카오 프린트


‘풀꽃 시인’ 나태주의 신작 여행 시집이다. 80세의 노시인은 6년간 후원해온 ‘눈이 크고 깊고 얼굴이 둥그스름 동양적인 여자 애기’(시 ‘버킷리스트 중 하나’)를 만나기 위해 꼬박 하루를 날아가 탄자니아에 도착했다. 탄자니아는 흔히 세렝게티와 킬리만자로산으로 잘 알려져 있다. 최근에는 흔치 않은 것을 좇는 젊은이들의 신혼여행지로도 각광받는다고 한다. 하지만 시인이 찾은 그곳은 붉은 먼지와 바람과 햇빛이 가득한 나라, 물이 없어 강바닥 모래밭에 우물을 파도 물이 고이지 않는 나라였다. 그럼에도 그곳 사막의 꽃나무는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새로 꽃을 피워냈고, 아이들은 콩죽을 먹으면서도 건강하고 씩씩하게 미래를 꿈꾸며 자라나고 있었다. 일주일을 머문 시인은 돌아보니 ‘생애 최상의 여행’이었다고 했고, 더 일찍 갔다면 자신의 시와 인생이 더 달라졌을 거라고 했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에필로그에서 귀국한 날 2시간만 자고 꼬박 밤을 새워 탄자니아에서 적은 메모지를 들여다보며 여행 시집 한 권 분량을 정리해 출판사로 넘겼다고 적었다. 50편의 시는 책의 1부 ‘탄자니아의 시’에 담겼고, 2부 ‘생명의 선물’에서는 삶의 지나온 날들을 되돌아보며 소중한 사람들과 세상에 전하는 마음이 녹아 있다. 3부 ‘먼 곳’에서는 그동안 시인의 몸과 마음이 머물렀던 곳곳을 이야기한다. ‘잠시 돌아보면… 떠나온 그곳이 천국 아니었을까’(시 ‘돌아보니 그곳이 천국이었네’)라는 시인의 낮은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우리 삶의 궤적도 찬찬히 짚어보게 됐다. 이어 끝내는 ‘지난날에서만 천사를 만나지 말고’ ‘차라리 내가 누군가의 천국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된다면 어떨까 생각하며 엷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 책은 출판사 달의 ‘여행그림책’ 시리즈 두 번째 책으로, 장소에 얽힌 기억을 그림과 함께 풀어냈다. 앞서 이병률 시인이 파리를 배경으로 한 산문집 ‘좋아서 그래’를 냈고, 이후에는 천선란·정세랑 소설가의 책이 출간될 예정이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당신을 위한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