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청사. 부산일보DB
캐나다에서 부산으로 시가 30억 원어치 필로폰을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된 외국인 남성 모델 2명에게 법원이 중형을 선고했다. 이들은 SNS 광고 ‘무료 여행’ 제안에 내용물을 모르는 캐리어를 옮겨줬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마약류 같은 위험한 물건을 인식할 수 있었다고 판단했다.
1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5부(김현순 부장판사)는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위반(향정)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독일 국적 20대 남성 A 씨와 스페인 국적 20대 남성 B 씨에게 징역 11년을 각각 선고했다.
A 씨와 B 씨는 지난해 7월 16일 오후 1시 27분께 필로폰 총 30.6kg이 든 캐리어 2개를 김해국제공항에 밀반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은 그해 6월 20일께 독일에서 SNS를 통해 ‘캐나다에서 한국까지 캐리어 2개를 전달해주면 캐나다 여행비와 대가를 제공하겠다’고 제안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 씨와 B 씨는 그해 7월 14일 캐나다 토론토 한 호텔에서 필로폰 약 15.3kg 든 여행용 캐리어 2개를 전달받았고, 다음 날 토론토 국제공항에서 홍콩을 거쳐 부산까지 두 캐리어를 옮겼다. 하지만 수하물을 찾던 중 내용물 검사가 필요한 ‘노란색 태그’가 캐리어에 붙은 걸 발견했고, 캐리어를 그대로 둔 채 공항을 떠났다가 검거됐다.
A 씨와 B 씨는 시가 30억 6000만 원어치 필로폰을 옮기는 대가로 여행 경비뿐 아니라 2077만 원 상당 ‘스테이블 코인(USDT)’을 받기로 했다.
재판 과정에서 두 사람은 SNS 광고를 보고 ‘무료 여행’ 제안에 응했을 뿐이고, 캐리어 안에 마약이 든 걸 모른 채 운반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들이 마약류 같은 위험한 물건이 들었을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 씨와 B 씨가 가방에 대해 질문하지 말라는 설명을 들은 것으로 보인다”며 “고가의 보석류나 의류, 골동품 등 값진 물건이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거액의 대가를 지급하겠다며 물건에 대해 묻지 말라는 건 매우 의심스럽고 이례적인 요구”라며 “보석이나 골동품 등이면 파손이나 분실 우려가 있는 항공 수화물로 운반할 리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들이 캐리어를 열어 물건을 확인하려고 시도했지만, 자물쇠가 채워져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불법적이고 위험한 물건, 마약류가 들었을 가능성을 인식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필로폰 양이 상당함에도 불구하고 이해하기 힘든 변명으로 일관하며 형사 처벌을 피하려는 시도만 지속하고 있다”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수입한 필로폰이 국내에 유통되진 않았다”며 “범행 전반을 주도했다고 보이진 않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