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 주인 없는 설움을 털고 새로운 도약에 나선 지 꼬박 3년 만에 조선을 넘어 전 세계 해양 패권을 다투는 선두 주자로 성장했다. 사진은 한화오션의 생산 거점인 거제사업장. 한화오션 제공
한화오션이 대우조선해양 시절 주인 없는 설움을 털고 새로운 도약에 나선 지 꼬박 3년이 지났다. 출범 당시 미래 해양산업의 패러다임을 주도하는 ‘글로벌 오션 솔루션 프로바이더’(Global Ocean Solution Provider) 도약을 공언했던 한화오션은 막연해 보였던 비전을 현실로 만들며 이제 조선을 넘어 전 세계 해양 패권을 다투는 선두 주자로 성장했다. 여기에 연관 산업 생태계와 지역 사회 전반에도 상당한 시너지를 일으키며 ‘조선 도시’ 거제를 움직이는 심장이자 든든한 동반자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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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익 ‘1조 클럽’ 복귀
19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20년 넘게 산업은행 그늘에 가려 성장세가 둔화했던 대우조선해양은 2023년 한화그룹 품에 안겨 한화오션으로 재탄생했다. 이후 ‘수주 중심’에서 ‘수익 중심’으로 전략을 전환하며 3년 만에 매출과 수익, 재무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하는 구조적인 체질 개선에 성공했다.
덕분에 2025년 연결 기준 매출액 12조 7835억 원, 영업이익 1조 1167억 원으로 어닝 서프라이즈를 달성했다. 이는 LNG 운반선 등 고부가가치 선종 중심 수주 전략과 생산 공정 안정화, 운영 효율 개선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조선업 활황 국면에서도 외형 확대보다 수익성 확보에 집중한 전략이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재무 구조 개선은 자본시장에서도 긍정적으로 반영되고 있다. 한화오션 기업신용등급은 2021~2022년 BBB- 수준에서 2023년 BBB0, 2024년 BBB+, 2025년 A-까지 올랐다. 기업가치 역시 크게 상승했다. 2022년 2조 원대에 불과했던 시가총액은 2025년 약 35조 원 수준으로 급성장했다.
이를 토대로 과거 경영 악화로 지연됐던 설비 교체와 자동화, 안전 투자도 크게 늘렸다. 지난 3년간 투입한 자금만 9200억 원 이상이다. 앞으로 1조 2000억 원 상당을 추가해 대형 선박 건조 능력 강화에 필요한 플로팅 독과 골리앗 크레인을 더하고 잠수함과 수상함 등 특수선 제조 인프라도 확충한다.
‘마스가’의 상징으로 주목받고 있는 한화필리조선소.한화오션 제공
■필리조선소 ‘마스가’ 상징으로
한화오션 성장을 견인하는 핵심 축인 글로벌 사업 확장에도 집중한다. 관건은 한미 조선산업 협력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 미국 조선업을 다시 위대하게) 중심의 북미 시장이다. 현지 생산 거점 확보를 위해 2024년 단행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Philly Shipyard) 인수가 신의 한 수가 됐다.
마스가 본격화에 발맞춰 핵심 파트너로 급부상한 한화오션은 필리조선소를 기반으로 상선뿐 아니라 미 해군 함정 유지보수(MRO)와 신조 사업까지 영역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첫 단추로 생산 능력을 연간 20척 수준까지 확대한다는 목표와 함께 독 2개, 안벽 3개, 신규 블록 제작 공장까지 건설하는 밑그림도 제시했다.
차세대 스마트 함정 개발도 이를 위한 마중물이다. 한화오션이 지난해 10월 공개한 ‘차세대 전략 수상함’은 해상, 공중, 우주, 사이버 영역까지 다중영역으로 변화하는 미래 전장에서 우위를 점할 전투성능과 생존성, 운용 효율성, 다양한 임무에 대한 유연성을 갖췄다.
특히 거친 해상 환경에 쉽게 운항할 수 있는 파랑관통형 선수와 스텔스 성능을 대폭 강화한 선체 등 첨단 선형이 특징이다. 한화오션은 이를 기본으로 한 플랫폼을 개발해 K해양방산 대표 상품이 될 수상함을 완성한다는 목표다.
에너지 시장 지각 변동 역시 새로운 기회다. 미국이 세계 최대 LNG 수출국으로 부상하면서 LNG 운반선 수요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 한화오션은 이 흐름의 정중앙에 자리 잡고 있다. 이미 글로벌 LNG 운반선 시장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과 수주 경쟁력을 보유한 만큼 시장 변화를 수주 확대의 직접적인 동력으로 전환한다는 전략이다.
'차세대 전략 수상함' 상상도. 한화오션 제공
■인재 경영·새로운 상생모델 제시
공격적인 인재 확보와 파격적인 처우 개선은 이를 위한 포석이다. 최근 3년간 국내 조선사 중 가장 많은 채용을 진행한 한화오션은 2023년 출범 당시 8600여명이던 임직원 수가 올해 4월 현재 1만 1000여 명으로 늘었다. 이중 130명을 거제 지역 고등학교, 대학 출신으로 충당하며 지역 인재 고용에도 앞장섰다.
처우도 업계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2022년 7300만 원 수준이던 평균임금은 2025년 9700만 원으로 3년 만에 약 2400만 원 상승했다. 인상율이 무려 33%로 국내 조선업계 최고 수준이다.
생산 현장의 또 다른 축인 협력사와 상생에도 집중하고 있다. 인수 초기 장기간 불황 여파로 협력사 경영 여건이 크게 악화하자 협력사 경쟁력 회복을 최우선 정책으로 추진했다. 첫해 협력사 단가를 약 7% 인상하며 경영 안정 기반 마련을 돕고 2024년과 2025년 각각 5%, 3% 단가 인상을 추가로 단행했다. 이는 경쟁사를 통틀어 가장 높은 인상률이다.
이와 함께 대우조선해양 시절 조선 하청지회를 대상으로 제기했던 470억 원 손해배상 소송을 대승적 차원에서 취하하고 협력사 노동자에게 지급되는 성과급을 원청 직원과 동일한 비율로 적용하기로 하며 업계에 새로운 상생 모델을 제시하기로 했다.
지역민과 함께하는 ‘오션하모니’ 첫 공연 모습. 한화오션 제공
■지역과 동반성장…‘함께 멀리’ 간다
지역과 동반성장에도 진심을 다하고 있다. 지난해 3월 전담조직을 신설한 한화오션은 지역 기관·단체 36곳과 손잡고 ‘임파워링 거제’(Empowering Geoje)를 출범했다. 이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상생·동반 성장을 이끌 구심점이다. ‘지역과 키우는 상생의 희망, 함께 멀리’를 슬로건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문화 향유 기회를 확대하는 ‘오션하모니’, 지역 관광 활성화 프로젝트인 ‘오션바이브’, 지역 유산의 가치를 알리고 체험하는 ‘오션헤리티지’가 이를 통해 탄생한 프로그램이다. 올해는 거제시와 해양수산부, 한국수산자원공단과 함께 사업장 인근인 외포리 해역에 바다숲을 조성하는 ‘오션포레스트’를 추진한다. 지역 중소기업과 거래도 확대해 지난해만 472곳과 4502건 거래를 진행했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한화의 슬로건인 ‘함께 멀리’를 실천하며 지역상생활동을 더욱 체계화할 방침”이라며 “노사 간 신뢰와 협력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노사 관계를 구축하고 협력사, 지역사회와 손잡고 세계 1위 조선소로 발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