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수 시대, 부산은] 겉치장 랜드마크 대신 시민 체감형 정책에 중점

입력 : 2026-06-07 18:33:50 수정 : 2026-06-07 18:4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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② 문화예술체육 분야
‘박형준표’ 정책 대거 조정 전망
‘라 스칼라’ 공연·퐁피두 재검토
예술인·시민 연결 플랫폼 추진
사직구장 생활·문화 공간 전환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북항에 개폐형 돔구장 건설을 약속했다. 부산 사직구장에 만원 관중이 몰린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은 후보 시절 북항에 개폐형 돔구장 건설을 약속했다. 부산 사직구장에 만원 관중이 몰린 모습. 김종진 기자 kjj1761@

전재수 부산시장 당선인의 문화체육 정책은 ‘시민 체감형’이라는 한 단어로 요약된다. 선거 과정에서 대규모 문화 인프라 사업에 대해 여러 차례 거부감을 드러낸 전 당선인이다. 전 당선인은 문화·체육 예산을 인프라 대신 이들의 지역 문화예술과 체육의 저변을 확대하고 열악한 환경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문화체육 분야에서 전 당선인에게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진 때는 지난달 4일 기자회견이다. 이 자리에서 그는 건 오페라하우스 개관 기념 ‘라 스칼라’ 공연 재검토 입장을 밝혔다. 박형준 시장이 재임 기간 주도한 퐁피두 분관 유치 등도 재검토 대상으로 지목했다. 또 “퐁피두 부산센터 건립에 1100억 원 이상이 투입되고, 오페라하우스 개관 초청 공연에 3일간 105억 원이 사용될 예정”이라며 “이들 예산의 집행을 중단하고 전면 재검토하겠다”라고 말했다.

확보한 재원은 화물차주 유류비, 소상공인 에너지 바우처, 동백전 캐시백 등 민생 분야에 우선 투입하겠다는 입장이다. 초대형 문화 인프라 예산은 시민 동의를 얻지 못한 불요불급한 예산으로 규정한 것이다.

이 같은 의지는 전 당선인의 대표적인 문화예술 공약인 ‘플랫폼 051’에서도 확연히 드러난다. 예술인이 강습이나 공연, 창작물 대여 등 자신의 재능을 플랫폼에 등록해 두면 AI가 이를 원하는 시민과 매칭해 주고 비용을 지불하게 하는 방식이다. 시민은 예술과 체육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고, 문화체육인은 소득 창출을 확대할 수 있다는 게 전 당선인 측의 설명이다. 이처럼 전 당선인 취임 이후 부산시 문화예술 시정의 방향은 ‘랜드마크 정책’에서 ‘체감형 정책’으로 대거 전환하게 된다.

이 같은 변화는 예술뿐만 아니라 체육 분야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전 당선인은 노후화된 사직야구장을 재건축하는 대신 이 일대를 청년 문화와 생활 스포츠를 결합한 공간으로 재구성하겠다고 약속한 상태다. 그는 “사직야구장은 시즌에만 반짝이는 공간이 아니라 365일 시민과 청년들이 찾는 생활스포츠·청년문화 플랫폼으로 바꾸겠다”라고 밝히기도 했다.

대신 부산의 주류 스포츠인 야구에 있어서는 ‘통 큰’ 공약을 내놨다. 북항에 사직야구장을 대체할 개폐식 돔구장을 짓겠다는 약속이다.

문제는 북항 부지 확보에만 6300억 원이 필요한 막대한 야구장 건립 비용이다. 전 당선인 측은 대표발의한 항만재개발법 등으로 이를 해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항만공사 등에 지급할 부지 비용을 구장 지분으로 대체하고, 민간 투자자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다면 충분히 투자를 유치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공약에 따라 기존에 진행 중이던 사직야구장 재건축 역시 노선 변경이 예상된다. 2028년 착공을 앞둔 야구장 재건축 안은 지난해 중앙투자심사를 통과했고, 현재 국비 확보 단계에 있다.

지역 정가와 학계에서는 전재수 호 출범 이후 예술체육 분야는 대대적인 정책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술관과 콘서트홀 등 문화 인프라 확보에 중점을 둔 박 시장과 사실상 정반대의 행정을 예고한 까닭이다.

부산시 안팎에서는 문화예술 플랫폼으로 공급자와 소비자를 연결한다는 발상은 참신하다는 반응이다. 도시 브랜드를 높이고 지역 예술인과 그 팬덤을 성장시킬 방향으로 갈 수도 있다고 본다.

부산연구원 김민경 문화복지연구실 연구위원은 “인프라와 플랫폼은 예술과 관객을 연결한다는 점에서 양극단에 있는 발상이 아니다”라며 “다만 대형 인프라 예산을 민생복지 분야로 돌리기보다 예술과 체육 분야의 새 사업을 발굴하거나 이들의 파이를 키우는 방향으로 이어지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라고 조언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