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대학교한방병원 김경민 한방내과 과장은 중풍 양한방 협진에 대해 “시간 싸움인 급성기 치료와 삶의 질을 좌우하는 회복기 재활의 장점을 극대화한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동의의료원 제공
한방에서는 태풍과 같은 바람이 갑자기 불어서 나무가 쓰러지고, 나무의 뿌리가 뽑히고, 가지가 분질러지는 것을 인체에 비유해 중풍(中風)이라 부른다. 중풍 즉 뇌졸중은 뇌혈관이 막혀 뇌 조직이 괴사하는 뇌경색(허혈성 뇌졸중)과 뇌혈관이 터져 뇌 조직이 압박을 받는 뇌출혈(출혈성 뇌졸중)로 나뉜다.
■풍·담·화·어혈이 뇌혈관 흐름 방해
부산 동의대학교한방병원 김경민 한방내과 과장은 “한방에서는 정기가 부족한 상태에서 풍·담·화·어혈 등 병리적 요인이 뇌혈관의 흐름을 방해할 때 뇌졸중이 발병한다고 본다”라고 했다. 상지 또는 하지의 일시적인 운동·감각의 이상, 평소와 다른 두통 양상이나 머리 무거움, 말이 어눌한 느낌, 입주위에 침 흘리는 증상 혹은 과도한 하품 등 평소와 다른 운동이나 감각의 장애가 느껴질 때 중풍을 의심할 수 있다. 양의학에서는 ‘미니 뇌졸중’이라 불리는 일과성 뇌허혈 발작을 뇌졸중의 중요한 전조증상으로 인식한다. 최근에는 안면마비(Face), 팔 마비(Arm), 언어장애(Speech), 시간의 시급성(Time)의 앞 글자를 딴 ‘FAST’ 법칙이 제시된다.
한방중풍뇌질환센터는 한의학적 개인별 맞춤치료에 양의학적 치료가 협력한다. 김 과장은 “양한방 협진은 시간 싸움인 급성기 치료와 삶의 질을 좌우하는 회복기 재활의 장점을 극대화한 치료 모델”이라고 소개했다. 초기에는 양방의 정밀 검사와 혈전용해제 등 약물치료, 수술적 처리로 뇌세포 손상을 최소화한다. 상태가 안정되면 한방 치료가 개입해, 손상 부위 주변의 기혈 순환을 촉진하고 마비된 근육과 신경의 회복을 돕는다.
양한방 협진에서는 환자의 상태를 입체적으로 분석한다. 양방 검사는 뇌 MRI·MRA, 브레인 CT, 경동맥 초음파 등을 실시한다. 한방 검사는 환자의 기능·체질적 상태를 평가한다. 전통적 맥진·설진, 체내 기혈 순환과 자율신경계 균형도를 측정하는 양도락 검사와 수양명 경락 기능검사, 혈액의 탁도를 보는 어혈 분석 등을 시행한다. 두 진단을 종합해 환자 맞춤형 처방과 마비된 상하지의 신경 자극 치료 계획을 동시에 수립한다.
■아급성기, 집중 재활의 황금기
한방 중풍 치료는 드러난 증상만을 없애는 데 그치지 않고, 몸의 면역력·자생력을 높여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집중한다. 한의학에서는 ‘사상체질’이라는 체질적 요인을 중요하게 본다. 김 과장은 “정확한 체질 감별을 바탕으로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춘 ‘일대일 맞춤형 한약 처방과 침 치료를 시행한다”라고 밝혔다.
중풍 한방치료는 환자의 회복 시계에 맞춘 단계별 집중 치료를 원칙으로 한다. 김 과장은 “발병 후 1·2주 급성기에는 양방 신경과, 신경외과, 재활의학과 등과 긴밀한 협진으로 환자의 생체 징후를 안정시킨다”라고 말했다. 한방에서는 뇌신경 세포 보호, 혈류 개선, 뇌부종 감소를 목적으로 어혈과 담음을 제거하는 한약 처방과 침 치료를 병행한다.
발병 2주부터 수개월간의 아급성기에는 뇌세포 스스포 재배선하는 능력인 신경 가소성이 가장 활발한 시기이다. 김 과장은 “한방 집중 재활의 황금기로 마비된 상하지의 기능을 회복하고 언어장애, 삼킴장애를 개선하기 위해 기능적 침 치료, 약침 요법과 근육 위축을 막는 한방 물리치료를 집중 시행한다”라고 밝혔다. 특히 성뇌개규침법을 이용해 두개골 주위로 침을 놓으며, 중풍에 사용되는 혈자리에 지속적 자극을 주기 위해 봉약침 신경재생 치료를 병행한다.
발병 후 6개월이 지난 치료 후유기에는 침·뜸과 함께 몸의 면역력을 정상화하는 체질 한약을 처방한다. 후유 장애로 생길 수 있는 근육의 강직을 풀고, 마비로 인해 생긴 근육의 이완된 부분은 강화시킨다. 김 과장은 “인지장애는 두개골 부위의 침·약침 치료, 언어장애는 혀밑의 설근을 자극하는 방법과 지황음자 한약 처방, 삼킴장애는 설침·연하 재활 침 치료 등으로 ‘환자 맞춤형 융합 신경재활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동의대한방병원 한방중풍뇌질환센터는 양의학 치료를 동의병원과 협력한다. 김경민 한방내과 과장이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모습. 동의의료원 제공
■환자마다 다른 후유증 맞춤 재활
중풍은 ‘발병 전 예방’이 중요하다. 김 과장은 “고혈압 환자라면 경동맥 벽의 두께와 혈전 유무를, 당뇨·고지혈증 환자라면 미세혈관 손상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가족 중에 뇌졸중 환자가 있거나 평소 뒷목이 자주 뻣뻣하고 두통·어지러움을 느끼는 이들도 검진이 필요하다.
환자마다 후유증도 다르기에 증상별 맞춤 협진 재활이 필요하다. 편마비·운동장애는 양방 재활의학과의 맞춤형 운동치료와 한방의 신경 자극 침과 전침(관절 마비 완화), 뜸(근육 강직 완화) 치료를 병행하면 관절이 굳는 것을 막고 운동 범위가 넓어진다. 언어장애·구음장애는 양방의 언어재활치료와 함께 한방의 설침 치료가 발음과 의사소통 기능의 인지 회복을 돕는다. 삼킴장애(연하곤란)는 양방의 전기자극치료와 한방의 목 주변 연하 관련 혈자리 침 치료로 흡인성 폐렴을 예방하고 식사를 가능하게 한다.
중풍 예방을 위해서는 식습관 개선, 규칙적 유산소 운동, 만성 질환 관리가 중요하다. 한방 예방의 핵심 비법은 차가운 기운은 올리고, 뜨거운 기운은 내리는 ‘수승화강(水昇火降)’이다. 머리는 시원하게 유지해 뇌혈류 대사를 원활히 하고, 복부·사지는 따뜻하게 해 혈액순환과 대사를 촉진한다. 김 과장은 “스트레스나 잘못된 식습관으로 이 균형이 깨지면 위로는 화가 치밀어 올라 두통, 어지럼증, 안면홍조 등이 생기고, 아래는 차가워져 소화불량이나 수족냉증이 발생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일상에서 정수리 백회혈을 자주 마사지하고, 엄지와 검지 사이 합곡혈과 발가락 사이 태충혈을 자주 눌러주면 도움이 된다. 김 과장은 “평소 머리 쓰는 일을 할 때는 중간중간 정수리를 마사지하고, 하루의 마무리는 따뜻한 물을 마시거나 족욕으로 발을 데워주면 일상 속에서 충분히 수승화강을 실천할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뇌 신경은 포기하지 않는 한 반드시 회복의 길을 찾는다.” 김 과장은 “뇌는 손상되더라도 주변의 건강한 신경들이 그 기능을 대신하도록 재배선되는 놀라운 자생력을 가지고 있다”라며 “적극적 조기 치료와 재활 의지만 있다면 얼마든지 다시 일어서고 일상으로 복귀할 수 있다”라고 조언했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