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만공사도 ‘한국항만공사’로 통폐합 추진…4개 공사 노조 “즉각 철회” 반발

입력 : 2026-06-16 11:25:22 수정 : 2026-06-16 11:4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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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정부, 공공기관 통폐합·기능 효율화 차원 강행
지경부 주도 통합안 성안…해수부는 ‘반대 의견’ 제출
4개 항만공사 노조위원장, 부산 해수부청사 앞서 피켓시위
“지방분권과 균형성장 가치 훼손…국가 생존전략 위협”

부산항만공사(BPA) 사옥 전경. BPA 제공 부산항만공사(BPA) 사옥 전경. BPA 제공

발전사 통폐합을 추진 중인 이재명 정부가 부산, 인천 등 전국 4개 항만공사(PA)도 강제 통폐합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 인천 등 4개 항만공사는 국가적 생존전략을 위협하는 4개 항만공사 강제 통합 추진을 즉각 철회하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16일 부산항만공사(BPA)·인천항만공사(IPA)·울산항만공사(UPA)·여수광양항만공사(YGPA) 4개 항만공사(PA)에 따르면, 4개 항만공사는 이날 해양수산부 청사(부산 동구 소재) 앞에서 4개 항만공사 노조위원장이 공동으로 4개 항만공사 강제 통합 즉각 철회를 촉구하는 피켓시위를 벌일 예정이다.

4개 항만공사 노조에 따르면, 정부의 ‘공공기관 기능 개편 태스크포스(TF)’가 부산·인천·울산·여수광양 등 4개 항만공사를 통합해 '한국항만공사(가칭)'를 설립하겠다는 강제 통합안을 지난 4월 성안했다. 이는 기존 한국공항공사 모델을 벤치마킹한 사례로, 현재 부산(김해), 제주, 전남(무안), 강원(양양) 등 전국 지방공항은 지방공항공사 없이 한국공항공사가 이를 통합관리하는 체제다.

항만공사 통폐합은 재정경제부 주도로 ‘공공기관 통폐합 및 기능 효율화 차원’에서 진행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항만공사 통폐합안에 대해 주무부처인 해수부는 일단 반대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이재명 정부가 발전사를 포함한 공공기관 통폐합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만큼 해수부 의견이 관철될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4개 항만공사 노조는 이날 성명을 내고 “현장의 목소리를 철저히 무시한 채 ‘중복도 없는 중복 비용 제거’라는 잘못된 명분만 내세운 탁상공론이며, 각 항만이 수십 년간 축적해온 고유의 전문성과 글로벌 경쟁력을 순식간에 말살시키는 행정편의적 발상에 불과하다”며 “대한민국 해양물류 주권을 후퇴시키는 강제 통합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4개 항만공사 노조는 성명에서 “항만공사법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초법적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항만공사법은 항만 운영의 자율성과 전문성을 높이기 위해 각 항만마다 독립된 법인을 세우도록 명시하고 있다. 법적 근거와 국회 입법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채 하나의 거대 조직으로 묶겠다는 것은 명백한 위법이자 독단적 행정으로, 동북아 물류 경쟁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 자명하다는 지적이다.

이들 노조는 또 글로벌 고객들은 대한민국 4대 항만을 떠나고, 경쟁 해외항만은 환호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글로벌 해운선사와 화주들은 특정 항만을 선택하고 버리는 데 매우 긴밀하다. 고객 니즈에 맞춘 차별화된 인센티브 제도와 포트 세일즈로 우리나라 항만은 성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통합에 따른 획일적 인사, 회계, 자산관리는 수많은 글로벌 고객의 이탈을 초래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특히 노조는 “지방분권과 지역 균형발전에 역행하는 통합이자 항만의 고유 특성을 말살하는 비전문적·독단적 정책”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노조는 성명에서 “항만은 해당 지자체 및 지역 산업 생태계와 긴밀히 연계돼 성장해야 한다. 중앙정부 통제에서 벗어나 각 항만공사는 지역사회와 협업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고 매년 최고 물동량을 갱신해 왔다”며 “중앙 통제의 통합은 지방분권 성공 스토리에 찬물을 끼얹고 지역경제를 추락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어 “부산항은 글로벌 컨테이너 허브, 인천항은 대(對)중국 교역 관문, 울산항은 에너지·액체벌크 특화, 여수광양항(제철·석유화학 원자재 기지로서 저마다의 고유한 DNA를 가진다”며 “성격이 전혀 다른 조직을 일률적인 잣대로 통합하면 현장 갈등과 혼란은 끝이 없고, 책임경영 원칙은 상실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들 노조는 △정부는 항만공사 제도의 본질인 '지방분권'과 '지역 중심 경영'의 가치를 훼손하지 말 것 △글로벌 트랜드를 역행하고 해양물류 주권을 후퇴시키는 강제 통합 계획을 즉각 철회할 것 △독단을 멈추고, 노정협의로 현장의 목소리를 경청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 노조는 “4대 고유 항만을 글로벌 항만으로 키워내신 각 지역 항만의 시민사회, 그리고 해양산업 노동자들과 합심하여, 시대를 역행하는 항만공사 강제 통합을 반드시 막아낼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우리나라는 2004년 부산항만공사 설립을 시작으로 2005년 인천항만공사, 2007년 울산항만공사, 2011년 여수광양항만공사를 설립했다.

송현수 기자 songh@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