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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수도권의 한 대학병원에서 터져나온 ‘동시 수술’이 의료계의 핫이슈다. 흔히 수술실 2개를 튼다, 3개를 튼다고도 하는 것이 동시 수술이다. 집도의 한 명이 이방 저방을 돌면서 동시에 2~3명을 수술하는 것이다.
환자와 보호자들은 이게 말이 되냐고 하겠지만 의료계 내부에선 오래전부터 쉬쉬해 왔던 관행이다. 수술실 한 곳에만 집중을 해도 모자랄 판에 2~3곳을 돌며 수술을 한다는 것은 일반인 입장에선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일이다. 인지도가 높은 의사들은 동시 시술을 권위의 상징처럼 은연중에 자랑하기도 한다. 한때 대기업 영업맨들이 접대를 위해 동시에 여러 방을 뛰었다는 얘기가 있었는데 수술실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면 된다.
동시 수술 문제가 불거져 나온 것은 해당 대학병원에 연수 차 들어온 중동 국가의 의료진 때문이다. 국내 병원에 연수 목적으로 들어온 이들이 의료법상 금지돼 있는 단독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공익제보가 접수된 것이다.
해외에서 들어온 연수생들은 국내 지도교수의 ‘입회 하에’ 승인된 범위 내에서만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병원 다수의 수술실에서 중동 연수생들이 장시간 단독으로 수술을 진행하는 모습이 자주 포착됐다는게 제보 내용이다.
중동 연수생을 대상으로 한 무리한 교육이 이루어진 근본 원인으로 ‘동시 수술’이 지목됐다. 지도교수가 바쁘게 수술실 2~3곳을, 많게는 4곳을 뛰는 바람에 연수생을 지도할 틈이 없다는 것이다. 연수생들이 단독으로 수술을 진행한 것으로 드러나면 무면허 의료행위에 해당할 수 있다.
실제로 동시 수술이 강행될 경우 환자나 보호자로부터 수술 동의서를 받을 때 앞뒤 사정을 설명하지 않을 때가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자신이 알던 교수가 아닌 전공의나 연수생들이 수술을 했다고 하면 대부분의 환자들은 속았다고 생각할 것이 분명하다.
물론 교수가 메인 수술을 담당하고 뒷 마무리를 전공의가 했다고 하면 사정은 조금 달라진다. 하지만 교수가 동시에 수술실 2~3곳을 돌면 누가 수술을 얼마나 담당했는지 애매해질 수가 있지 않을까.
더 큰 문제는 물리적으로 집도의가 한 명인데 수술방이 동시에 2~3개 열리면 환자에게도 아주 불리한 상황이 발생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수술이 진행되면서 환자들이 개복 또는 마취 상태로 방치돼 있을 수밖에 없다.
이번 동시 수술을 계기로 기업형으로 운영되고 있는 수도권 대형병원의 수술방 운영지침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동시에 환자 2~3명을 수술하는 의사, 환자 1명에게 최선을 다하는 의사 중에서 누가 환자에게 유리한지는 물어볼 필요가 없다.
지금도 지역의 많은 환자들이 암수술 등의 이유로 수도권 대형병원을 가기 위해 KTX에 몸을 싣는다. 이들 병원의 잘못된 관행이 개선되지 않으면 동시 수술의 피해자가 언제 어디서 발생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게 된다.
김병군 기자 gun39@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