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27일 정 전 후보가 음료를 얼굴에 맞는 장면. 정 전 후보 선대위 제공
지난 6·3 지방선거에 출마했던 개혁신당 정이한 전 부산시장 후보가 당한 ‘정치 테러’ 사건을 두고 경찰이 ‘자작 테러극’일 가능성에 초점을 맞춰 수사에 나섰다. 정 전 후보에게 테러를 가한 남성은 그와 평소 친분이 있던 헬스트레이너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 남성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디지털 포렌식을 진행하던 중 자작극의 단서를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부산 금정경찰서는 정 전 후보와 함께 30대 남성 A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입건해 수사 중이라고 18일 밝혔다. A 씨는 지난 4월 27일 오전 8시께 금정구의 한 도로에서 유세 중인 정 전 후보에게 “어린 XX가 무슨 시장 출마냐?”며 폭언을 하고 음료 컵을 던졌다. 당시 정 전 후보 측은 A 씨가 던진 컵을 맞고 넘어지는 바람에 의식을 잃고 병원으로 옮겨졌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정 전 후보 피습 사건이 자작극인 것으로 추정되는 증거를 포착하고 3주 전부터 비공개 수사에 착수했다. 경찰은 사건 직후 긴급체포된 A 씨의 휴대전화를 디지털 포렌식을 거쳐 분석했다.
경찰은 A 씨가 정 전 후보와 사건 발생 전에 전화통화를 한 기록을 확인했다. 경찰은 A 씨를 상대로 정 전 후보와 전화통화를 한 배경을 추궁했고, 이에 부담을 느낀 A 씨가 사건의 전말을 털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정 전 후보가 사건 발생 3일 뒤 A 씨에 대한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제출한 배경에도 주목하고 있다.
경찰은 정 전 후보와 A 씨의 친분 관계 역시 정 전 후보의 자작극의 증거로 보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 A 씨의 직업은 헬스트레이너이며, 정 전 후보는 A 씨가 근무하는 헬스장에 회원으로 등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경찰이 현재까지 두 사람 사이에서 금품이 오간 정황이나 대가성 거래는 확인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사태로 정 전 후보가 사건 직후 입원한 병원에도 불똥이 튀었다. 이날 부산진구 한 병원의 의료진들은 의료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고발됐다. 정 전 후보는 음료수 테러를 당한 뒤 넘어져 이 병원에서 뇌진탕 진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정치권에도 파장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언론이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상상하기조차 어려운 중대한 선거범죄”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개혁신당이 공천한 후보이기에 무한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드러난 사실관계에 따라 정 전 후보에게 최고 강도의 민형사상 책임을 엄정히 묻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 전 후보는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기 전 탈당계를 제출했고, 선거 직후 SNS를 통해 정계 은퇴를 선언한 상태다. 〈부산일보〉는 정 전 후보의 해명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 , 박수빈 기자 bysu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