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업계 로코시대 [비즈앤피플]

입력 : 2026-07-05 08: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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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운산 멜론’ ‘보성 말차 초코 케이크’
‘고창 생수박 주스’ ‘성주 참외 그릭’

단순 지역 식재료 매입 차원에서 진화
지자체와 파트너십 맺고 스토리 강화
제철 농특산물 선호 소비 트렌드 충족
원재료 수급 안정화·ESG 강화 ‘윈윈’
식품업계 넘어 대형 유통사까지 가세

hy가 경북 성주 참외 원물을 활용해 선보인 떠먹는 그릭요거트 신제품 ‘메치니코프 성주참외 그릭’. hy 제공 hy가 경북 성주 참외 원물을 활용해 선보인 떠먹는 그릭요거트 신제품 ‘메치니코프 성주참외 그릭’. hy 제공

본격적인 여름 무더위를 앞두고 유통·식품업계가 지역 특산물과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신제품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지역 기반 소비를 뜻하는 ‘로코노미(Local+Economy)’와 제철 식재료 선호 현상이 올여름 업계의 핵심 키워드로 부상해서다. 기업들은 원료 매입은 물론 지자체와 장기적 파트너십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신선한 지역 계절 특산물을 찾는 소비자의 수요 충족과 지역 농가 상생을 통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전략을 함께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기업 협업 활발

최근 유통가에서는 지자체와의 업무협약(MOU)을 통해 원재료의 안정적인 공급 체계를 구축하고 지역 브랜드를 강화하는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뷔페 브랜드 애슐리퀸즈는 지난달 23일 전북 고창군과 ‘고창 농산물 유통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라 고창군은 우수 농산물의 안정적인 공급과 생산관리를 지원하고, 이랜드이츠는 고창 농산물을 활용한 메뉴 개발과 판매를 추진하기로 했다. 첫 협업 품목으로는 여름 제철 특산물인 ‘선운산 멜론’이 선정됐다. 향후 다양한 고창 농산물로 활용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양측은 문화·관광자원 홍보를 병행해 지역 경제 활성화도 도모한다.

아티제가 고창 땅콩과 단호박으로 만든 베이커리. 아티제 제공 아티제가 고창 땅콩과 단호박으로 만든 베이커리. 아티제 제공

프리미엄 베이커리 브랜드 아티제를 운영하는 보나비 역시 고창군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지난 4월 체결한 업무협약을 바탕으로 아티제는 지난달 26일부터 다음 달 31일까지 고창군의 특산물을 활용한 ‘고창 생수박 주스’와 ‘고창 복분자 라떼’를 한정 판매한다. 앞서 고창산 땅콩과 단호박을 활용한 베이커리 메뉴를 출시했던 아티제는 이번 수박과 복분자 음료로 협력 범위를 넓혔다. 이를 통해 고창군은 전국 매장 인프라를 통한 판로를 확보하고, 아티제는 고품질 원재료 수급과 ESG 경영 가치 실현이라는 이점을 얻고 있다.

커피 프랜차이즈 메가MGC커피는 지난달 22일 강원도 춘천시청에서 춘천시와 ‘지역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춘천 찰토마토의 인지도를 높이고 판로를 확대하기 위해 마련됐다. 메가MGC커피는 춘천 찰토마토를 활용한 여름 시즌 신메뉴를 출시하고 관련 홍보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협약식에는 본사와 지자체 관계자뿐만 아니라 춘천 지역의 메가MGC커피 가맹점주들도 함께 참석해 상생의 의미를 더했다. 지속 가능한 협력을 상징하는 ‘토마토 나무’ 전달식도 진행됐다.

CU가 해남산 초당옥수수를 활용해 선보인 베이커리 제품. CU 제공 CU가 해남산 초당옥수수를 활용해 선보인 베이커리 제품. CU 제공

■대규모 수매·차별화 상품… ‘로코노미’ 확장

대형 유통 채널인 대형마트와 편의점은 대규모 수매력을 바탕으로 지역 농가의 판로 확대에 기여하는 동시에 이색적인 로컬 협업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경남 남해군과 손잡고 지역 특산물 마늘을 활용한 ‘피코크 로코노미’ 두 번째 시리즈 개발에 나섰다. 지난 1월 8일 남해군청에서 ‘피코크X남해 마늘’ 간편식·가공식품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이마트는 단순히 원료를 사용하는 수준을 넘어 지자체와의 협업을 통한 지역 브랜드 경쟁력 강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앞서 지난해 3월 경북 영덕군과 공동 개발해 출시한 ‘피코크X영덕 붉은대게’ 시리즈는 같은 해 12월까지 누적 판매량 50만 개를 돌파하는 성과를 거뒀다.

편의점 CU는 제철을 맞은 해남산 초당옥수수를 활용해 ‘베이크하우스405 초당옥수수 소보로빵’ ‘초당옥수수 모찌 페스트리’ ‘초당옥수수 카스테라’ 등 빵 3종을 출시했다. 이번 시리즈 생산에는 해남 초당옥수수 약 2t이 사용됐다. CU는 지난해에도 강원도 두백 감자 시리즈에 국산 감자 44t을 사용하고, 전남 진도군과 협업해 삼각김밥 180만 개 분량의 곱창김을 매입하는 등 지역 농산물 대량 수매를 통한 이색 상품 개발을 이어오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종합식품기업 하림과 협업해 울릉도 향토 식재료인 ‘섬엉겅퀴’를 활용한 ‘울릉도얼큰해장국라면’을 출시했다. 세븐일레븐은 4~6월이 제철인 섬엉겅퀴를 사용해 육지에서 접하기 어려운 울릉도식 해장국을 컵라면 형태로 재해석했다. 편의점 대표 간편식인 라면을 매개로 지역 먹거리의 대중화를 꾀하는 세븐일레븐은 현재 ‘우불식당 즉석우동’ ‘강릉교동반점짬뽕’ 등 총 6종의 로컬 컬래버 라면을 운영 중이다.

■제철 재료 맛·특징 살려 여름 시장 공략

식품·외식 기업들도 제철 원물의 맛과 특징을 살린 신제품을 전방위로 확대하며 여름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hy는 경북 성주 참외 원물을 활용한 떠먹는 그릭요거트 신제품 ‘메치니코프 성주참외 그릭’을 지난달 29일 출시했다. 국내 최대 참외 산지인 성주군의 참외를 사용해 과일 본연의 맛을 살렸고, 국내산 1A등급 원유로 만든 그릭요거트에 참외 과육을 더했다. 제품 한 컵(100g)당 단백질 함량을 10g으로 설계해 영양 성분도 강화했다.

대상 청정원은 여름철 별미 수요를 겨냥해 ‘콩담백면 열무비빔국수’와 ‘열무물냉면’ 2종을 선보였다. 두 제품 모두 두유 기반의 콩담백면에 100% 국산 농산물로 제조한 ‘종가 열무김치’를 원물 그대로 담아내 아삭한 식감을 구현했다. 특히 열무물냉면에는 국내산 무로 담근 동치미 육수를 적용해 시원한 풍미를 더했다.

신세계푸드의 보성 말차 메뉴. 신세계푸드 제 신세계푸드의 보성 말차 메뉴. 신세계푸드 제

풀무원은 정부 고시 최고 등급을 충족한 국산 서리태 ‘청자5호’를 사용한 ‘특등급 국산콩물 서리태’를 출시하며 여름철 콩물 시장에 진입했다. 서리태 콩즙 99.67%와 천일염만으로 고소한 풍미를 구현해 콩국수 육수나 식사 대용 음료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 ‘특등급 국산콩물’이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병을 돌파하면서 풀무원은 이번 서리태 신제품을 필두로 국산 콩 활용 라인업을 지속 확대할 계획이다.

신세계푸드는 국산 농산물 활용 캠페인 ‘우리산지 레시피’의 일환으로 전남 보성군 말차를 활용한 ‘떠먹는 보성 말차 초코 케이크’와 ‘보성 말차 초코 크루아상’ 등 베이커리 2종을 출시했다. 그동안 남해 마늘, 무안 양파, 평창 감자 등을 활용해 온 신세계푸드는 최근 디저트 시장에서 수요가 높은 말차 트렌드에 보성 지역의 스토리를 접목했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종합식품기업 현대그린푸드는 충남 태안군과 함께 지역 상생 캠페인 ‘맛-닿음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국산 농수산물의 우수성을 알리고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기획된 이 프로젝트는 지난해 7월 충남 서산 해풍 감자를 시작으로 전남 무안 고구마, 충북 충주 무·양배추, 제주 당근·마늘 등 전국 각지의 우수 농산물을 꾸준히 매입해 다양한 사업 영역에서 활용해 왔다.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한국의 맛’ 프로젝트의 시행 기간을 기존 여름 집중 구조에서 1분기로 확대하고 버거 외 스낵과 음료 메뉴 개발에도 적극 반영하기로 했다. 버거 재료로 생소했던 고구마, 마늘, 대파 등을 재해석해 ‘창녕 갈릭 버거’ ‘진도 대파 크림 크로켓 버거’ ‘진주 고추 크림치즈 버거’ ‘익산 고구마 모짜렐라 버거’ 등을 선보였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제철 식재료와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은 계절감을 살릴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산지의 스토리와 지역성을 함께 전달할 수 있어 소비자들의 반응이 긍정적”이라며 “단순 수매에서 벗어나 지자체와의 장기적 파트너십 구축 및 상품 다변화가 이뤄지고 있는 만큼 향후 다양한 카테고리에서 지역 상생 제품 개발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