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션 뷰] 북극항로 시대, 선박관리업·선주업 키우자

입력 : 2026-07-12 18:0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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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현 고려대 해상법연구센터 소장 한국해양대 석좌교수

북극항로 등 국가 과제는 미래 준비
현실적 수익 창출 사업도 병행해야
"부울경 환경 발판 선박관리업 육성"
자금력 갖춘 해운사, 선주업에 적합

최근 우리 해운산업의 가장 큰 화두는 북극항로 개척과 전쟁 위험에 대한 대비이다. 정부는 2030년을 목표로 북극항로 상용화를 추진하고 있으며, 지정학적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국가 필수 물자의 안정적 수송체계를 구축하는 일도 중요한 국가 과제가 되었다. 그러나 이들 사업은 모두 장기적인 투자와 막대한 재정을 필요로 하는 분야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북극항로 개척은 당장 비용 절감이나 수익 창출로 이어지는 사업이 아니다. 시범운항, 쇄빙선 확보, 항만 인프라 구축, 항해 안전기술 개발 등 막대한 투자가 선행되어야 한다.

전쟁 위험에 대한 대비도 마찬가지이다. 유사시 국가 필수 물자를 수송할 선박을 확보해야 하고, 전쟁보험 제도의 정비도 필요하다. 전시 상황에서도 운항을 담당해야 하는 선원들에 대한 선원연금이나 특별보상제도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이다. 결국 이러한 정책들은 모두 국가 재정의 뒷받침을 필요로 한다.

반면 코로나19 이후 우리 해운산업의 재무구조는 과거보다 훨씬 건전해졌다. 많은 선사들이 선박금융 의존도를 크게 낮추었으며, 톤세제도 도입 이후 상당한 유보자금도 축적하였다. 그렇다면 지금은 장기적인 국가 전략사업과 함께 단기적 수익 창출 사업을 병행하여 추진해야 할 시점이다. 그 대표적인 분야가 선박관리업과 선주업이다.

선박관리업은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산업이다. 선박관리회사는 선원의 모집과 교육, 선박의 안전관리, 정비와 수리 등을 담당한다. 세계적으로는 500척 이상의 선박을 관리하는 대형 제3자형 선박관리회사들이 이미 자리를 잡고 있다. 이들은 해외에 선원교육기관까지 설립하여 직접 선원을 교육하고 고용하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고의 조선산업과 우수한 선원교육기관, 그리고 풍부한 해기사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선박관리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부울경 지역은 조선소와 해양기자재 산업, 수리업체, 선원단체와 교육기관이 밀집해 있어 세계 어느 지역보다 선박관리산업에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더욱이 이제 선박관리업은 AI와 디지털 기술을 기반으로 새로운 단계로 진입하고 있다. 선박은 위성을 통해 육상과 상시 연결되어 있으며, 조선소는 건조 단계부터 선박의 모든 운항 데이터를 확보하고 있다. 앞으로는 원격 진단과 예측 정비, AI 기반의 안전 관리와 연료 효율 관리가 일상화 된다. 기존 선박관리회사들은 이러한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경쟁력을 가지는 우리 조선소와 협력한다면 세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 현재 선박소유자가 국내 관리회사에 선박관리를 위탁하더라도 중대재해처벌법상 도급인 형사책임 문제로 인해 법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 반면 외국의 독립적인 제3자형 선박관리회사를 이용하는 경우에는 선원의 고용과 선박관리 책임이 관리회사로 이전되는 구조가 일반적이라서 책임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이런 차이가 계속되면 국내 선주들은 해외 선박관리회사를 선택하게 되고 국내 산업은 성장 기회를 잃게 될 가능성이 크다. 선박관리업 특성을 고려한 중대재해처벌법 제도 개선과 기타 법적 지원이 필요하다.

선주업 역시 마찬가지이다. 선주업은 선박을 보유하여 이를 해운회사에 임대하고 안정적인 용선료 수입을 얻는 사업이다. 북극항로와 같은 장기 프로젝트와 달리 선박을 확보하는 순간부터 현금 흐름이 발생하는 산업이다.

이미 그리스와 일본은 세계적인 선주 국가로 성장하였다. 반면 우리나라의 민간 선주업은 높은 금융 비용과 차입 의존 때문에 충분히 성장하지 못했다. 지금은 상황이 달라졌다. 국내 해운회사와 화주 자금 여력이 과거보다 크게 개선됐고, 자기자본 중심의 선박 투자도 가능해졌다.

특히 대형 해운회사들이 자회사 형태의 선주사를 설립하여 부울경에 배치한다면 지역경제 활성화와 해양산업 집적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다. 해운회사의 영업 기능은 서울에 남기더라도 선박 관리와 기술 지원, 선주 업무는 자연스럽게 부울경에 자리 잡게 될 것이다. 이는 부산을 중심으로 한 해양산업 클러스터를 더욱 강화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북극항로 개척과 전쟁 위험 대비는 우리 해운산업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국가적 과제이다. 그러나 미래를 위한 투자만으로 산업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할 수는 없다. 장기적인 전략사업과 함께 현실적인 수익 기반을 확대하는 정책이 병행돼야 한다.

북극항로 개척과 전쟁 위험 대비는 국가적 과제이다. 그러나 미래 투자와 함께 현실적인 수익 기반도 필요하다. 선박관리업과 선주업을 전략적으로 육성해 해운산업과 부울경 해양경제의 도약을 이끌어 해양수도를 완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