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실종사건 전수조사로 수사권 독점 폐해 막을 수 있나

입력 : 2026-08-25 05: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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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의 잇단 실종 사건 암장, 불안 증폭
'견제 없는 권한' 상황 막을 대책 있어야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24일 제주시 한림읍 수원리에서 수개월 전 실종됐던 장미란씨로 추정되는 시신이 발견돼 경찰이 일대를 통제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찰 수사권 독점 시대 개막을 한 달 남짓 앞둔 시점에 들려오는 소식들이 하나같이 기가 막힌다. 제주도에서 약 석 달 전 실종됐던 30대 여성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24일 발견된 데 이어 또 다른 실종자 한 명도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2일에는 60대 남성이 실종 신고 51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됐다. 안타까운 희생으로 이어진 실종 사건들을 통해 경찰의 현재 모습이 그대로 노출됐다. 담당 경찰관은 실종자가 무사하다고 가족들을 속였고, 경찰 내부 시스템까지 조작해 ‘허위 종결’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무 경찰관 한 명의 사건 암장으로 안타까운 희생이 잇따르는데도 경찰은 파악조차 못 했다.

뒷북 수습을 한다고 허둥대는 경찰을 보는 일도 답답하다. 경찰청은 지난 23일 국가수사본부장을 제주도로 내려보내 사건을 지휘하게 했다. 실종 사건에 대해 전수 조사를 진행하고, 사건 매뉴얼도 손보겠다고 했다. 경찰의 치안 실패 때마다 등장하는 전형적인 사후약방문식 대응에 불과해 보인다. 더 중요한 문제인 치안 시스템이 갖고 있는 허점, 경찰의 기강해이는 여전히 수면 아래에 똬리를 틀고 있다. 뇌물을 받고 사건을 무마하고, 피의자 부친이 경찰관이라고 사건 증거나 수사 기록을 넘겨주는 일이 예사로 일어났다. 앞으로 독점 수사권이 어떻게 악용될 수 있는지 미리 보여준 경고음이다.

법률 시장에서 벌어지는 일을 보는 국민 심정 역시 착잡하다. 로펌들이 경찰 출신 인사 영입에 열을 올리며 ‘경찰 전관시장’을 만들고 있다. 인맥을 써 수사 정보를 미리 알고, 사건 무마를 시도하는 일이 생기지 않으리라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돈과 영향력 있는 이들에게는 경찰 수사 방어권이 확보되고, 평범한 국민은 영문도 모른 채 사건이 묻히거나 뒤바뀌는 일을 겪을지 모를 일이다. 정부·여당은 보완수사요구권이나 이의신청권이 안전장치라고 장담하지만 한가한 소리다. 경찰이 초기 수사기록을 부실하게 작성하거나 증거를 덮어버리면 대안이 없다. 기록만 보는 검사가 문제를 찾아도 수사 요구만 하다 끝나기 십상이다.

10월 2일 보완수사권이 완전히 폐지되면 경찰 수사권을 견제할 방법이 사실상 사라진다. 대통령도 수사권 독점 위험성을 인정하고 후속 조치를 당부했다. 최근 일련의 사건으로 국민 희생이 이어졌고, 경찰 내부 통제가 불완전하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당부에 그칠 일이 아니다. 국민은 경찰 수사를 믿을 수 있을지 불안해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제도를 강행하는 것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견제 없는 독점 권한을 준 것부터 잘못이고, 경찰은 내부 통제 실패로 이를 증명하고 있다. 정부·여당이 형사소송법 재개정을 포함한 특단 대책 마련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어떤 기막힌 사건이 또 터질지 걱정스럽다.